지분 이동으로 장남의 식품사업 영향력 확대 업계 지각변동 위기감에 책임경영 강화로 돌파구 “보수적 경영 스타일 적극적으로 바뀔 것” 기대
16일 재계에 따르면 농심은 최근 오너가 형제간 지분 이동을 통해 신동원 부회장 중심의 ‘2세 경영’이 한층 공고해진 모습이다.
이달 4일 신동원 부회장은 그의 아들 신상렬씨와 함께 동생 신동윤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지분 30만1500주를 시간외매매로 매입했다. 또 같은날 신동윤 부회장은 아들 신시열씨와 함께 농심홀딩스로부터 율촌화학 주식 207만8300주를 사들였다.
이로써 신동원 부회장은 농심홀딩스의 지분율을 직전의 36.93%에서 42.92%로 높여 경영권을 강화했고 신동윤 부회장은 율촌화학 지분 13.93%를 확보해 율촌화학의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즉 지분 거래를 통해 두 형제가 각각 자신이 대표이사를 맡은 회사의 지배력을 높인 셈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농심의 식품-화학사업간 계열분리를 점치는 시각이 늘고 있지만 회사 측은 그룹의 주요 사업이 여전히 지주사 농심홀딩스를 통해 조율되는 만큼 계열분리는 이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각 부회장이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지분을 늘린 것일뿐 계열분리를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농심의 주장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신동원 부회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 2003년 지주사 설립 과정부터 일찌감치 후계자로 자리매김한 신 부회장은 이번 지분 확보로 주력사업인 식품 부문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다. 사업회사인 농심의 최대주주가 농심홀딩스(지분율 32.72%)인 만큼 이를 통해 라면 제조를 비롯한 식품사업 전반을 컨트롤할 수 있다.
이는 라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변화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업체인 오뚜기의 성장으로 농심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자 신춘호 회장이 장남 신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며 보다 공격적인 경영을 주문했다는 분석이다.
독보적인 1위를 이어가던 농심은 지난해말 가격 인상과 맞물려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으며 오뚜기로부터 위협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닐슨코리아 통계에서도 농심의 지난해 점유율은 55.2%로 전년 대비 6.4%p 하락한 반면 오뚜기는 18.3%에서 23.4%로 5.1%p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심이 잃은 점유율 대부분이 오뚜기로 흘러들어간 모양새다.
그간 농심은 ‘짜왕’과 ‘보글보글 부대찌개면’ 등 신제품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신라면이나 너구리 등 장수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증권가에서는 농심의 움직임에 다소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영권이 2세로 넘어감에 따라 보수적이던 경영 스타일이 적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농심이 올해 내놓은 ‘볶음너구리’와 ‘짜왕매운맛’, ‘카레라이스 쌀면’ 등 국물없는 라면 신제품이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외부에서는 보고 있다.
향후에는 농심이 지난 2월 론칭한 가정간편식 브랜드 ‘쿡탐’의 사업 확대나 ‘제주삼다수’ 판권 입찰 여부 등 신사업에 대한 신동원 부회장의 선택이 관건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심이 신동원 부회장 중심의 경영체제를 강화하면서 식품사업에서의 재도약을 노리는 모습”이라며 “농심이 이번 변화를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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