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당장 이번 하반기부터 공무원이나 공공부문에서 채용을 할 때 블라인드 채용제도를 실시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무원과 공공부문은 정부의 결정만으로 가능하니 그렇게 추진해주고, 민간 쪽은 법제화되기 전까지 우리가 강제할 수 없다”면서 “민간 대기업들에도 권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미 대기업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런 추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단 재계는 새 정부가 제도를 이행하는 의도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개별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내놨다.
삼성그룹의 경우 정기 채용시 이력서에 생년월일과 학력 등 최소한의 인적사항만 기재하도록 하고, 이를 당락의 기준으로도 삼지 않는 ‘열린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스펙보다는 개인능력과 인성을 평가한다는 차원에서 2013년부터 해마다 단계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당수 기업은 더이상 채용 과정에서 신체조건이나 출신지역 등을 따지지 않는 등 블라인드 채용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문 대통령 발언 취지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해당 기업이 가장 잘 알고, 그에 맞춰서 채용 절차를 자율적으로 진행하면 되는 것”이라며 “개별 기업의 특수성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 경쟁이라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확대될 수는 있겠지만 블라인드 채용을 권고한다는 게 큰 의미가 있는 지 모르겠다”며 “사실 완전한 블라인드 채용은 직무 특성 등에 대한 고려가 없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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