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시비는 국토부 장관 취임 전 발언이 발단이 되고 있다. 그가 지난 5월 장관 내정 소감을 밝히면서 "LTV(주택담보인정비율)과 DTI 규제를 푼 게 지금의 가계부채의 원인"이라며 DTI 등 금융 규제를 강화해야한다고 소신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그러나 DTI 등 금융 규제책은 국토부 소관이 아닌 모두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 소관 정책업무다. 때문에 당시 실세 장관다운 개념 발언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으나, 일각에선 취임도 안한 내정자가 오버한다는 삐딱한 시선도 나온 바 있다. 그의 월권 논란이 이 때문에 나오고 있는 것. 실제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당시 가계부채의 증가 원인이 DTI 규제완화 외에도 저금리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며 그의 발언을 경계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지난달 취임 이후엔 통계 왜곡 논란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국토 정책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김현미 장관이 지난달 23일 취임식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파워포인트를 띄워놓고 발표에 나서는 등 자신감을 드러낸 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 프레젠테이션 자료 자체가 문제였다. 실제 PPT자료를 자세히 뜯어보면 편협하게 편집된 통계치로 통계의 함정이나 왜곡 현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취임사에서 정부 통계를 들어 “올해 5월과 작년 5월을 비교해 5주택 이상을 가진 다주택자가 집을 산 비율이 강남 4구에서만 53% 증가했고, 강남 4구의 주택 매입자 중 만 29세 이하의 주택 거래량이 54% 늘었다”며 최근 부동산 과열이 실수요자에 따른 것이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투자 수요가 많은 강남권에서 젊은 층의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것을 두고서는 편법 거래 의혹도 제기했다.
하지만 그의 통계엔 거래량과 거래량 증가율에서 빚어지는 일부 착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거래량까지 놓고 보면 김 장관이 제시한 통계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강남4구의 5월 주택 거래량은 모두 3997건이다. 이 중 5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거래는 98건이고, 29세 이하의 거래량은 134건이다. 전체 거래량에서 문제가 된 거래 비율은 각각 2.5%와 3.3% 정도다. 5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거래량 증가율이 53%나 된다는 것은 작년 5월 64건에서 올해 5월 98건으로 늘어서다. 절대 거래량이 적다 보니, 34건 증가가 54% 증가로 과포장된 셈이다. 국토부 장관의 악마의 편집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김현미호에 초장부터 태클을 걸고 싶지 않다. 오히려 실세 장관으로서 자신감 넘치는 행보에 그의 부하들인 국토부 직원들은 기대감을 걸고 있다. 무엇보다 기자는 김 장관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꼭 승리하길 바란다. 모든 중산층과 서민들의 바램이면서도 어떤 정부에서도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월권이나 통계 왜곡 논란으로 투기꾼을 잡는 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국토 장관으로서 성공하고, 투기와의 전쟁에서도 필승하려면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처럼 밀어붙이기식으론 안된다. 정확한 팩트를 갖고 국토 장관이 가진 정책적 칼날로 투기세력의 정공을 한번에 찔러야 한다. 왜곡된 통계 논란 등 무딘 칼날이라면 백전백패다. 되레 노무현 정부처럼 당시 시장 폭등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보유세 인상 등 다주택자를 겨냥하는 듯한 김 장관의 강남 등 부자 때리기 행보가 노무현 정부때와 오버랩되고 있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김 장관이 모르는 분야는 죽자고 파고드는 엄청난 노력파라는 걸 시장도 잘 알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정치판처럼 복잡 다단하다. 장관이라도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실세 장관이더라도 불도저식 행보라면 최근 바짝 엎드려 있는 투기꾼의 반격에 지난 노무현 정부때처럼 또 낭패를 볼 수 있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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