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야당 일제히 임명철회 촉구靑, 여론 추이 예의주시 속 버티기
지난 7일 정식 임명된 박 본부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인물이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프로젝트를 지원했던 이들 중 한 명으로, 황 교수와 김병준 전 대통령 정책실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이른바 ‘황금박쥐’로 알려져 있다.
당시 박 본부장은 황 교수의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등 깊숙이 관여하면서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알고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끝내 사태가 크게 터지고 나서야 보좌관직을 그만뒀다.
이 같은 배경을 두고 과학계의 반발이 거세다. 문 대통령의 과학기술 자문을 맡은 200여명의 과학계 인사들은 박 본부장 임명 철회를 정식으로 요구했으며,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ngineers Scientists for Change, ESC)’는 회원 169명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외교·안보·국방·행정·경제 관련 인사에선 했던 일을 과학기술계 인사엔 적용하지 않는 것은 과학기술계에 대한 무지 혹은 천대”라고 혹독한 질타를 쏟아냈다.
야권도 일제히 포문을 열고 공세에 나섰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버티면서 시간을 지체한다고 해도 잊힐 문제가 아니다”라며 “과거도 제대로 정리 안 된 부적격 인사 챙기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20조의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맡을 적임자가 황우석 사태 원죄의 박 본부장뿐이라는 것인가”라고 몰아붙였고,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도 “문 대통령과 함께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사람들은 무조건 기용하는 ‘노무현 프리패스’”라고 꼬집었다.
평소 여권에 우호적이었던 정의당마저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최석 대변인은 “문제의 당사자가 버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면 답은 하나뿐”이라며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청와대는 여론의 추이를 주시하면서도 박 본부장을 감싸면서 ‘버티기’에 돌입한 상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박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의 과학기술 부총리와 과학기술본부 신설의 주역”이라며 “당시 정보기술(IT)과 과학기술 경쟁력이 가장 높았다는 점에서 공도 있다”고 두둔했다.
문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을 경우 이 같은 인사 파동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박 본부장 임명에 대해 국민들에게 직접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현재 문 대통령은 안보 위기 상황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격적으로 임명이 거둬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론이 빠르게 악화하는 가운데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꼽히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래 함께 일하셨으니 익숙하고 든든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과학계에서 이렇게 반대한다면 (박 본부장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말해 임명이 번복될 가능성을 열어놨다.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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