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법정다툼 끝에 31일 1심 판결‘신의칙’ 적용 여부가 핵심 쟁점“산업 전반에 큰 파장” 재계 이목 집중최근 통상임금 판례는 기아차 유리
30일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31일 오전 10시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2만7459명이 지난 2011년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미지급금 청구 소송 1심 판결을 내린다.
소송을 제기한 기아차 근로자들은 상여금이 포함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난 2008년 10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받지 못한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원고의 주장대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중대한 경영상 위기에 처하게 되는 점을 법원이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소송의 최대 쟁점은 재판부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의칙은 대법원이 지난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한 근로자의 통상임금 확대 청구를 제한하는 법리다.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요건으로는 ▲정기상여금일 것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가 합의하고 이를 토대로 임금 등을 정할 것 ▲근로자의 청구를 인용할 경우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것 등이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최근 법원이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주장을 받아들이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 18일 광주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조모씨 등 5명이 금호타이어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소송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조씨 등은 단체협약에 기해 지급하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함에도 회사 측이 상여금을 제외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했다며 상여금을 포함해 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출한 수당 등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원고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통상임금이 산입될 경우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으로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사측이 주장한 신의칙을 적용한 것이다.
앞서 지난 2월 두산중공업·두산중공업·두산엔진·현대로템 등 3곳 노동조합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에서도 재판부는 두산중공업 임금 소송은 원고 측 청구를 기각하고 두산엔진과 현대로템은 원고 주장 일부(10%)만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의 당사자인 기아차 역시 법원이 신의칙 원칙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아차는 재판부가 원고 측 의견을 받아들일 경우 막대한 경영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달 20일 변론에 나선 기아차 변호인들은 “노사 간 통상임금 합의가 되지 않아 추가 소송이 계속 발생할 여지가 크다”며 “통상임금이 맞다 하더라도 신의칙 적용 문제가 가진 사회적 파장이나 자동차 산업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기아차 추산에 따르면 원고 측이 주장하는 임금소급액 1조8000억원을 비롯해 이자 및 퇴직금 등 간접 노동비용 증가분까지 모두 더하면 최대 3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3조원의 손실비용이 반영되면 올해 기아차 실적은 당장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기아차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7870억원에 불과한 만큼 충당금 적립시 3분기부터 영업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전체 통상임금 관련 소송 가운데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아 결과를 쉽게 예단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과거 현대위아, 한온시스템, 현대다이모스 등의 소송에서 법원은 신의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계열사를 통틀어 13개 통상임금 소송에 걸린 현대차그룹의 경우 판결이 난 7곳 가운데 사측은 3곳, 노조 측은 4곳에서 승리하는 등 팽팽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통상임금 문제는 기아차 뿐 아니라 국내 산업 전반에 큰 파장을 가져올 만한 이슈”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당분간 통상임금 관련 불확실성은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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