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6개월 내 개혁은 무리···충분한 시간 필요”“12월 말 데드라인, 개혁입법 진행 따라 방향·속도 정한다는 뜻”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에도 기다림을 택했다. 김 위원장은 5대 그룹이 자발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시간을 다시 한번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2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5대그룹 전문 경영인들과의 정책 간담회를 마치고 가진 기자 브리핑을 통해 “재벌개혁을 원하는 많은 분들이 새 정부 출범 6개월 내에 개혁을 하지 않으면 실패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재벌개혁, 기업을 바꾸고 경제 생태계를 바꾸는 일이 4개월 만에 되겠느냐”며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선험적 기준의 딱딱한 규제를 통한 마치 칼춤을 추는 듯 접근할 생각이 없다”며 “더디다고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드리고, 기업들이 그 방향으로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기업개혁을 이끌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6월23일 4대그룹과의 간담회 이후 4개월여 만이다. 대기업들을 강력히 압박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재계의 예상과 달리, 김 위원장은 느긋한 자세를 보였다. 당장 결과물을 요구하진 않겠지만 변화의 의지를 계속해서 점검해 나가겠며 개혁에 좀 더 분발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어떠한 조직보다도 변화의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변화를 신뢰한다”며 “국내외 경제환경이 변하는 상황에서, 기업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기업에 대한 신뢰를 표명했다.
이어 “오늘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이 제게 변화에 필요한 시간을 달라고 말했고 이에 너무 많이 드리기는 어렵지만 결과보다는 변화하고 있다는 보여 달라고 답했다”면서 국민들께서도 제게, 공정위에게 시간을 주시라”고 부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첫 간담회 때 제시한 ‘12월 말 1차 데드라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당장 이때까지 기업들의 개혁 결과를 판단해 제재에 나서겠다는 게 아니라 12월 정기국회에서의 개혁입법 진행상황을 반영해 공정위의 기업개혁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위 정원이 60명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실제 근무인원은 단 한 명도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가 많아져 여력이 없었지만, 12월 중순에는 전체 조직 구성이 마무리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갖춰진다”고 덫붙였다.
그 동안 김 위원장이 강조해 왔던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지배구조에 하나의 선험적 기준이 있을 수 없고, 각 그룹마다 사정이 다르다. 선험적 기준을 제시하고 따라오라는 것은 개혁이 실패에 이르는 길이다”면서 “각 그룹에서 특수한 사정에 따라서 진행하면서 계속 대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기업들에게 우선적으로 대비해야 할 ‘소스’도 던져줬다. 최근 신설된 기업집단국이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 운영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지주회사 수익구조 실태를 조사할 방침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의 운영실태를 전수조사할 계획”이라며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공익재단에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는데 공익재단 설립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직권 조사를 통한 제재, 의결권 제한 등의 제도개선 방안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주회사 수익구조 실태조사와 관련해 “지주회사는 자회사로부터의 배당금이 주된 수익이 돼야겠지만 브랜드로열티 컨설팅수수료 심지어 건물임대료 등의 수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이런 수익 구조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 등의 문제가 없는지 나아가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지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박정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하현회 ㈜LG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 등 6명이 참석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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