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TF 보고서 보니···예측 실패 등 형식적 진단투자 실패 외부요인 탓으로 돌려···‘책임’ 언급 하나도 없어 “원인 철저히 규명해야···면죄부만 줘서는 같은 일 또 당해”
9일 뉴스웨이가 최근 열린 해외자원개발 혁신Tf의 ‘해외자원개발 실태점검 결과 및 Tf 운영계획’과 ‘해외자원개발 실태조사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자원3사들은 ‘예측이 빗나갔다’,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이런 형식적인 문구들만 눈에 띌 뿐 의사 결정 과정의 원인이나 책임자 등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또 각 3사가 마치 미리 짠 듯이 똑같은 내용의 문제점들만 일제히 열거해 실제로 사업 실패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있었는지가 의심이 든다. “일단 책임을 면하려고 반성문을 올리고 털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자원 3사는 2008년부터 추진된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계약서와 경제성 평가 자료 등을 스스로 분석해 ‘해외자원개발 실태 보고서’를 ‘혁신 TF’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3개 공사의 해외자원개발의 문제점, 주요 사업별 실태 분석, 향후 추진계획 등의 내용으로 이뤄진 자원개발실패 원인에 대한 자체 분석이 담겨 있다. 일종의 반성문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산업통산부에서 작성한 ‘해외자원개발 실태점검 결과 및 TF 운영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3개 공사는 2008년 이후 33조8000억원을 투자해 13조300억원의 손실을 봤고, 53조원의 부채를 짊어진 상태다.
산업부는 이 보고서에서 추진 배경으로 “그간 감사원 감사, 국정감사, 국정조사, 검찰조사에도 불구하고 진상 및 책임규면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더 늦기 전에 철저한 반성과 명확한 원인분석을 통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산업부는 8월말 점검반을 구성하고 자체 실태점검에 착수, 지난해 11월29일 보고서를 혁신TF에 보고했다.
산업부는 자원3사의 공통적인 문제점 및 원인으로 △경험부족 △낡은 발전모델 차용 △부실한 경제성 평가 △단기간내 실적달성 압박 △과도한 차입의존 및 무분별한 자회사 채무보증 △부실자산 매입 이후에도 관리소홀 △조직인력 확장에 집중 △계약상 문제점 △비전문가 주도 등을 들었다.
석유공사가 따로 제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석유공사는 2016년 기준 18조6000억원의 부채를 짊어져 부채비율이 529%로 높다. 특히 하베스트 사업은 40억8000만달러를 투자해 회수액은 400만달러에 불가해 회수율이 0.1%에 그친다.이라크 쿠르드 사업 또한 투자액 6억8600만달러를 투자했지만 회수애은 900만달러로 회수율이 매우 낮은 상태다. 카작 잠빌 사업도 1억7290만달러를 투자해 350만달러를 회수해 회수율이 2%에 그친다.
석유공사는 해외자원개발의 부실 원인으로 △유가 리스크 관리 노력 미흡, △과도한 차입 의존, △단기간 압축 성장으로 사업관리 역량 부족, △자회사 통제 미흡, △합리적 투자 의사 결정 과정 미흡 등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유가상승 기에 수익성 등을 낙관적 평가했고 고유가 시 매입한 고비용 자산이 유가하락으로 손상됐다고 설명했다. 또 외부차입에 과도한 의존으로 통제 수준이 넘어서는 높은 이자비용이 발생해 2016년 기준 이자비용만 1조8000억원 매출액의 2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자신들의 역량 부족으로 합리적으로 투자 결정을 못했다고 하면서도, 그 원인에 대한 설명은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당시 의사 결정을 했던 책임자에 대한 언급 등도 전혀 없다.
광물공사의 반성도 별반 다르지 않다. 광물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5월말 기준 광물공사의 총 투자액은 47억불로 회수액은 4억6000불에 그친다. 광물공사는 부실 원인으로 △재무리스크 및 포트폴리오 관리 실패 △파트너리스크 간과 △기술역량 미흡 △합리적 의사결정 프로세서 미흡 △목표달성 위한 성급한 투자 및 사전 검증 미흡 △낙관적 시장 전망 등을 꼽았다.
특히 14억5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해 1억7700만달러(약 1900억원)만을 회수한 멕시코 볼레오 동광 산업에 대해 기술·법률 등 검증 미흡과 긴박한 운영권 인수로 사전 검토 부족 등을 부실 원인으로 집고 있다
가스공사 보고서도 새로운 내용은 없다. 가스 공사는 자신들의 부실 원인으로 △고유가 시기에 집중 △유가할인율 적용의 일관성 결여 △내부 통제 프로세스 미흡 △전문인력 확보 미흡 △자산 관리 및 평가 시스템 미흡 △리스크 대응 미흡 등을 지목했다. 감사원은 2014년 가스공사의 캐나다 혼리버·웨스트컷뱅크 패키지 사업에 대해 ‘경제성 부풀리기’라고 지적한 바 있지만, 정작 이런 잘못된 의사 결정에 대한 원인이나 과정 등은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이미 전문가들은 투자 전부터 “위험하다. 잘못된 투자다”라며 끊임없이 지적을 해 왔다. 그럼에도 이번 반성문을 살펴보면 어디에도 원인 규명에 대한 실질적인 반성은 보이지가 않는다.
3사 모두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한다는 변명이 △리스크 관리 미흡 △낙관적 평가 △의사 결정 과정 미흡 △역량 미흡 △전문가 부재 등을 들고 있다. 이말은 즉슨 “막무가내 투자는 맞다. 그때는 평가가 잘못됐다. 리스크 관리를 잘 못했다. 그 결과 실패했다”로 끝인 것이다. ‘왜 그렇게 투자를 하게 된 건지’, ‘책임자는 누구인지’ 등의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산업부는 지난 11월29일 ‘혁신 TF’에서 “정부와 자원개발 공기업 3개사는 과거 자원개발 사업에서 여러 실책을 인정하고 반성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전체 자원개발사업을 재평가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혁신 TF는 올해 6월까지 80여 개 사업을 재검토해서 경제성 평가를 해서 계속 할 것인지, 청산할 것인지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82개 사업을 최종 분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이다. 시간이 부족한만큼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될지 우려스럽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철저히 잘못된 원인을 규명해야 재발하지 않겠지만, 이런 식의 보고서는 자칫하면 면죄부를 주는 꼴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혁신TF 관계자는 “터무니없는 투자가 왜 이뤄졌고 왜 실패했는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그것을 다시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TF가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본질을 좀 더정확히 파헤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년 이상은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진 당시 연구 용역이나 전문가들의 지적을 지금에 와서 되풀이하면서 ‘반성문이다’고 내 놓으니,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납득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joojoosky@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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