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임안 의결, 이사직은 유지한국 롯데, 지배력 높은 일본 롯데 손에 좌우될 듯 日주주들 신동주 편에 설 경우 경영권 빼앗길수도
‘원 롯데’를 이끄는 수장의 역할을 해온 신 회장의 사임으로 그가 구축해 놓은 한국과 일본간 ‘원롯데 원리더’ 체제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지난 50년간 시너지를 창출해온 한-일 양국 롯데의 협력관계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에 지배를 받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현실화 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홀딩스는 21일 오후 도쿄 신주쿠 소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안을 의결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컴플라이언스 위원회의 의견과 경영 방향 등에 대한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신동빈 회장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신 회장은 대표이사만 시임하고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직함은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롯데홀딩스 이사 부회장으로 변경된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일본법 상 이사회 자격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여 롯데홀딩스의 대표권을 반납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경우 기소 시 유죄판결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표이사가 기소될 경우 해임하는 것이 관행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원 롯데’를 이끄는 수장의 역할을 해온 신 회장의 사임으로 지난 50여 년간 지속되며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해온 한일 양국 롯데의 협력관계는 불가피하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상 50년간 이어져 온 롯데의 지배구조의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신동빈 회장이 낮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한일 롯데를 지배하는 이른바 ‘원 롯데’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지만 이런 구도가 깨지게 된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최대주주가 일본 롯데홀딩스로 한-일 롯데는 구조적으로 모두 일본 롯데홀딩스가 다스리는 형태로 돼 있기 때문이다. 롯데가 ‘일본기업’ 이라는 인식도 이같은 구조때문에 생겨났다.
일본롯데의 지주사인 일본롯데홀딩스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이 주요 주주다. 신 회장의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한일 롯데의 지분구조상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갖게되는 사람이 결국 한일 양국 롯데의 총괄 경영권을 쥐게 되는 셈이다.
신 회장의 대표이사직 사임은 한국롯데의 주요 경영사항 등 의사결정을 일본 경영진에게 결제를 받아야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동안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력을 떨어뜨리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쇄신작업을 펼쳐온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는 수백개 순환 출자고리를 끊어 13개로 줄이고 롯데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 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 회장은 이처럼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해 지배구조가 단순화하면서 신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시키고 국민들에게 일본기업의 인식도 종식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핵심 방안인 호텔롯데 상장을 아직 성공시키지 못하고 구속되면서 문게가 커졌다. 현재 호텔롯데 지분 99%는 일본 주주들 손에 있다. 호텔롯데의 국내 상장이 이뤄질 경우 일반 주주의 비중은 40%대로 높아진다. 신 회장이 반드시 호텔롯데를 상장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 회장의 법정구속에 이은 이번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임으로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도 재점화 되고 있다. 일본 주주들이 신동주 전 일본롯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줄 경우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은 역전 상황에 부딪힐 수 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65)은 동생인 신동빈 회장의 법정구속 직후 광윤사를 통해 입장자료를 내고 일본은 물론 한국 롯데그룹 회장직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사임으로 한국 롯데는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에서 일본 경영진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최악의 상황은 일본 주주들이 신동주 편으로 등을 돌릴 경우다”고 내다봤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는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일본 롯데 경영진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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