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 초석 호텔롯데 상장 ‘길 잃어’롯데 “한일 양국 롯데의 협력관계 약화될 것”
롯데홀딩스는 21일 오후 도쿄 신주쿠 소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안을 의결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컴플라이언스 위원회의 의견과 경영 방향 내용을 검토한 뒤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신 회장은 직접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의 끈을 놓으면서 당장 호텔롯데 상장은 준비 일정조차 알 수 없을 전망이다. 앞서 롯데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신 회장이 면세점 사업권 재승인을 받기 위해 70억원 뇌물 공여 혐의를 받아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롯데 그룹은 잠잠하면서도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에서 일본과의 핵심 소통 채널이 끊어져 당황한 분위기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일본법 상 이사회 자격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여 롯데홀딩스의 대표권을 반납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뉴롯데 계획의 방향키는 신동빈 회장이 쥐고 있다. 뉴롯데 계획은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오명을 떨치기 위한 신 회장의 기초 작업이다. 롯데는 그동안 일본롯데홀딩스가 사실상 그룹 전체 지주사 역할을 했는데 이를 바꾸는 게 뉴롯데의 핵심 목표다.
신 회장은 지금까지 이런 계획들을 일본 주주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설득하는 작업을 해왔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연초에 걸쳐 일본에 머물면서 관련 작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 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당장 그의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직 유지 자체가 불투명하던 중 실제로 이번 사임까지 사태가 번졌다.
그동안 한국 롯데는 중간 지주사인 호텔롯데를 통해 지배력을 행사했다. 그런데 호텔롯데 지분 99%는 일본 주주들 손에 있다. 이 구조를 끊기 위해 지난해 10월 출범한 게 ‘롯데지주’다.
롯데지주는 국내 계열사 91개 중 42개사를 편입했다. 그러나 호텔롯데→롯데물산→롯데케미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고리는 여전히 일본 롯데홀딩스와 L1~L12 투자회사가 100% 지배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력을 떨어뜨리고 신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호텔롯데의 상장을 키워드로 내걸었다.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주주 지분율을 낮추는 동시에 호텔롯데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가져온다는 복안을 세웠다.
신격호 총괄회장 시대의 롯데는 100조 원이 넘는 사업체는 한국에 있고 지주회사는 일본에 있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유지해왔다. 2015년 ‘형제의 난’ 이후 신 회장은 ‘원 롯데 원 리더’ 체제를 추진하는 동시에 일본 롯데로부터 한국 롯데를 분리하는 작업을 목표로 삼았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이 그때부터 전면에 내세운 필수 과제인데 이번 일본 롯데 대표직 사임으로 모든 게 물거품 되는 분위기다.
롯데는 공식 입장을 통해 “원 롯데를 이끄는 수장의 역할을 해온 신 회장의 사임으로 지난 50여 년간 지속되며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해온 한일 양국 롯데의 협력관계는 불가피하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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