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원장은 이른바 ‘황제 외유’ 논란에 대한 해명에 지친 듯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취재진이 따라 붙어 질문을 던지자 짜증 섞인 표정을 짓기도 했다.
불과 사흘 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증권사 사장단 간담회 직후 “내려가서 얘기하겠다”며 보였던 여유는 사라졌다.
김 원장은 이번 사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소속 단체 금감원과 직원들을 해명에 동원하면서 정작 본인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무작정 버티고 있다.
논란에 대한 검증과 거취에 대한 결정은 임면권을 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 떠넘겼다. 청와대는 범야권의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김 원장을 철저히 감싸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원장과 관련해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며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춰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김 원장을 옹호했다.
김 원장은 국정 지지율 하락과 사퇴 찬성 여론 확산에도 자신을 엄호하는 청와대 뒤에 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김 원장까지 사퇴 기로에 놓이면서 혼란에 빠진 금감원 직원들은 기존 업무로 바쁜 와중에 수장의 치부를 가리는 일까지 떠안았다.
금감원은 지난 8일부터 총 7차례에 걸쳐 김 원장 관련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참고자료와 설명자료 배포했다. 취임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원장을 보호하느라 사실상 1주를 허비한 셈이다.
‘금융권 저승사자’로 불렸던 김 원장이 금감원 수장으로 돌아오자 호된 신고식을 걱정했던 금융사들은 팔짱을 낀 채 사태를 즐기고 있다.
차관급에 불과한 금감원장 한 명 때문에 금융감독은 그야말로 마비 상태다. 저승사자가 금융권을 저승길로 몰고 가는 초유의 사태다.
버티는 김 원장도 감싸는 청와대도 결국은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책임 있는 자세와 용단이 절실하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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