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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각 세웠다 쑥대밭 된 ‘경제검찰’

[지금 세종에선]검찰에 각 세웠다 쑥대밭 된 ‘경제검찰’

등록 2018.08.14 17:39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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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전·현직 최고위급 간부 줄줄이 소환출범 38년 만에 최대위기···국민신뢰 나락 퇴직자 재취업 수사 이면엔 ‘밥그릇 싸움?’

<그래픽=박현정><그래픽=박현정>

공정거래위원회가 출범 38년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공정위 퇴직자 재취업 수사 과정에서 전현직 고위급 간부가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공정위는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다. 경제검찰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전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이 때문에 망신살이 제대로 뻗쳤다. 문재인 정권의 재벌개혁정책 최전방에 선 조직이라고 보기엔 참으로 민망할 정도다. 대기업에 압력을 넣어 퇴직자 취업을 마련케 하고 그것도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 무게를 둔 검찰의 판단대로라면 말이다.

어제 공정위 사무실에선 지철호 부위원장 없이 김상조 위원장만 참석한 채 전체 간부회의가 열렸다. 김 위원장은 “지 부위원장이 개인 사정 상 서울에 일정이 있어 불참하게 됐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지철호 부위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 부위원장은 2012년부터 3년간 공정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하고 퇴임한 뒤 2016년 12월 중소기업중앙회 감사로 이직할 당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를 받고 있다.

지난달부터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 불법 재취업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전·현직 간부들을 줄줄이 소환하고 있다. 앞서 정재찬(62) 전 위원장, 김학현(61)·신영선(57) 전 부위원장 등 공정위 전직 간부들은 각각 업무방해·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관가 일각에서는 다른 경제부처에서도 비슷한 관행이 있는데, 왜 검찰이 공정위만 집중적으로 수사하느냐면서 ‘불공정 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시기적으로는 전속고발권 개선절차를 놓고 검찰과 공정위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기업 재취업만 문제삼고 공정위 퇴직자가 다수 진출한 로펌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분위기다. 검찰의 재취업 창구를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암묵적 동의가 작용한거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도 있다.

먼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에는 검찰의 관심이 매우 컸다. 불공정거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만 고발권을 갖는 전속고발권제도를 이참에 손보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과거 공정위 고위급 간부가 전속고발권 폐지 반대를 강하게 주장하자 검찰은 이 간부의 뇌물 수수 문제를 건드려 감옥에 보낸 전례가 있다.

어쨌든 전속고발제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공정거래법 사건에 대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검찰은 전속고발제를 전면 폐지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자진신고제(리니언시)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전면 폐지에 반대했다.

사진= 연합 제공사진= 연합 제공

검찰이 최근 공정위를 전격 압수 수색하고 전직 간부들을 연달아 구속시킨 것을 두고 이와 연결 짓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그만큼 전속고발제가 두 정부 부처 사이에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직적인 관행’이고 재취업 알선으로 개인적인 대가를 챙긴 것이 아닌데 전직 간부들을 모조리 구속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동정론도 제기된다. 따지고 보면 이런 관례는 공정위 뿐만 아니라 전 부처에 만연해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관예우 등의 문제는 이미 퇴직한 OB들에 국한된 문제로 치부했는데 현직 간부까지 조사를 받자 당혹스럽다”면서도“해당 사안과 무관한 직원들까지 싸잡아 몰아가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공정위는 적폐 청산 기조에 발맞춰 기업 비리를 척결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스스로 내부개혁을 외치며 깨끗한 경제검찰로 거듭날 것임을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재취업 알선 비리가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 선상에 전현직 간부가 줄소환 되며 ‘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현직 부위원장의 검찰 기소 가능성이 커지면서 조직 내부의 사기도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가 내세우던 전면 개혁이 타의에 의해 이뤄지는게 아니냐는 분위기에 휩싸였다.

요즘 공정위 내부에서도 담합 같은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속고발제 폐지가 문재인 대선 공약인 데다 ‘공정거래법을 개편하면서 대기업 규제만 강화하고 자신의 독점 권한은 유지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무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상조 위원장은 경제검찰로서 공정위의 위상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사태에 직면해 내부 윤리 혁신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일단락되는 시점에 김 위원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현재 작업중인 혁신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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