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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폭로 최대 미스터리 ‘바이백’⋯하루 전 취소 왜?

신재민 폭로 최대 미스터리 ‘바이백’⋯하루 전 취소 왜?

등록 2019.01.04 16:49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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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전 사무관 “바이백 취소, 시장에 큰 혼란 야기”정부 매입 계획 갑작스런 변경은 매우 이례적, 충격커바이백, 신규 국고채로 국고채 매입하는 방식으로 추진기재부 “종합판단해 취소한 것⋯여러 대안 중 하나였다”

<제공=연합><제공=연합>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폭로한 2017년 11월 14일 채권시장에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기재부가 예정된 날짜(15일) 바로 하루 전에 국채 조기 매입(바이백)을 취소한 것이다. 그렇다면 기재부는 왜 하루 전날 바이백을 취소한 것일까.

기재부에서 4년여 간 근무하면서 국고금 관리 등을 담당했던 신 전 사무관의 긴급 기자회견은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는 바이백 취소와 관련해 ‘비상식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바이백 논란’에 대해서 기업과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바이백이 뭐길래 이렇게 논란이 커진 걸까. 바이백은 정부나 기관이 발행한 채권을 시장에서 되사서(buy) 회수하는(back) 걸 말한다. 보통 국고채는 발행할 때 미리 정해놓은 회수 시기(만기)가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일정을 앞당겨 되사는 걸 바이백이라고 한다. 국고채 조기 상환이라고 한다.

현재 논란이 된 건 국고채 3조5000억원 매입(바이백) 부분이다. 기재부는 그해 10월말만 해도 11월 한달간 3번에 걸쳐 3조 5천억원 규모의 국고채를 매입할 계획이었다. 11월 3일 1조 5000억원을 시작으로 같은달 15일과 22일에 각각 1조원씩 매입할 계획이었지만, 15일 바이백 하루전인 14일 갑자기 취소했다.

심지어 바이백 취소 발표가 있기 바로 직전인 2017년 11월 14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당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국세 수입이 26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며 “초과 세수 중 6조원 정도는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국채 (조기) 상환을 포함해 폭넓게 사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14일 시행예정이었던 제12차 국고채권 매입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남아도는 세수를 국채 조기 상환에 쓰겠다고 김 부총리가 직접 발언한 마당에 다음날로 예정된 1조원의 바이백이 갑작스레 취소될 것이라고 예상한 시장 관계자는 없었다.

하루 전에 갑자기 취소하는 건 유례 없는 일이었다. 시장 충격은 당연히 컸다. 연 2.1%대에서 움직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2%로 튀었다. 2014년 이후 3년 만의 2.2%선 돌파였다. 국고채 5년·10년물 금리도 전날 종가와 비교해 2.3%대에서 2.4%로, 2.5%대에서 2.6%대로 각각 상승했다.

국고채는 정부가 ‘얼마를 우리에게 빌려주면 몇 년간 연 몇%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명시한 증표다. 국고채 발행 잔액에 따라 나랏빚 규모도 줄고 는다. 바이백은 기재부에서 시중에 풀려있는 국고채를 만기보다 빨리 매입(회수)하는 걸 뜻한다. 바이백을 많이 하면 정부에서 사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국가채무가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거꾸로 바이백을 적게 하거나 취소하면 국가채무가 늘거나 유지되는 결과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국가채무 비율을 높게 가져가려 바이백을 취소했다’는 게 신 전 사무관 폭로의 요지다.

이같은 신 전 사무관의 폭로를 두고 차현진 한국은행 부산본부장은 3일 페이스북에 “바이백은 정부가 일시적으로 남는 돈으로 국채를 만기 전에 되사는 조치다. 보통은 조기상환을 한 만큼 다시 국채를 발행한다. 바이백을 취소하건 취소하지 않건, 국가채무비율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가채무비율과 직접 연결되는 것은 적자국채다. 바이백 취소는 간접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다. 2017년 11월 정부의 국채 미발행 물량은 8조7000억원이었다. 국채를 더 발행하면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진다. 청와대가 채무비율을 조작하려고 했다면 이 사건과 연관이 있다.

반면 바이백 취소는 국가채무비율을 건드리지 않았다. 바이백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신규 국채를 발행하면서 만기 도래할 국채를 갚는 바이백, 여유 재원으로 아예 빚을 갚는 바이백이 있다.

정부가 취소한 바이백은 ‘빚을 내 빚 갚기’였다. 차 본부장이 “정부가 바이백을 하는 이유는 금융시장의 채권거래자들이 묵은 김치(오래된 국채)보다 새 김치(새 국채)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이유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당시 바이백을 취소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연말 국가채무비율은 38.2%로 전년말과 같았다”며 “바이백 취소가 국가채무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바이백을 취소했을까. 물량 때문이다. 기재부는 국채 추가 발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바이백은 1조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한 뒤 다시 비슷한 규모를 상환하는 방식이었다.

전체 시장에 풀릴 국채 물량과 국가채무비율에 변동이 없지만, 어쨌든 1조원의 국채를 발행하고 회수해야 했다. 만약 8조7000억원의 국채 발행이 결정되면 그해 12월 한꺼번에 수조원의 국채를 쏟아내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었다. 물량 조절을 위해 일단 바이백을 취소한 것이다.

조영철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초빙교수 또한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채발행과 상환은 여러가지 요인을 감안해서 결정하는 것이지 단순히 중앙정부 재원 조달 차원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자비용 절감, 국가채무비율을 낮추기 위해 초과세수를 국채상환에 쓰는 게 맞다는 논리는 정부가 고려해야 할 여러가지 고려사항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역시 “김 전 부총리가 언급했다는 국가채무비율 39.4%는 적자국채 추가 발행 규모 시나리오에 따라 국가채무비율이 어떻게 변하는지 검토하는 과정에서 논의됐던 여러가지 대안에 포함되었던 수치 중에 하나”라고 해명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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