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3년 만에 기술수출 계약 2건이나 성공해‘국내 이중항체 분야의 대표주자’로 주목 받아벤처기업과 대기업 등 R&D와 경영 두루 경험다만 예심 앞두고 ‘모르게’ 주식 일부 매각해상장이후에도 언제든 먹튀할 가능성 제기돼보유주식 중 일부···확대해석 경계 목소리도
ABL바이오는 이상훈 대표가 2016년에 설립한 바이오벤처기업이다. 당시 이 대표가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 총괄을 맡고 있다가 한화그룹이 바이오사업에서 철수하자 연구 인력들을 데리고 나와 ABL바이오를 설립했다.
이 대표는 한화케미칼 외에도 다국적제약사와 벤처기업, 대기업 등에서 연구개발(R&D) 업무와 경영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대학 졸업 이후 카이론 아스트라제네카 제넨텍 엑셀레시스 등 다국적 제약·바이오 회사에서 연구원을 지냈고 이후 2009년에는 바이오벤처 파멥신을 공동 창업하다가 5년 만에 결별하고 한화케미칼로 옮겼다.
하지만 이 역시도 곧 좌절로 돌아가게 되고, 어쩔 수 없이 현재의 ABL바이오를 설립하게 된다. 이 대표는 뜻하지 않은 사업 철수로 좌절을 겪었지만, 이로 인해 바이오사업부 연구원 14명을 데리고 나올 수 있게 돼 현재 회사 경영에 밑거름이 됐다고 말한다. 즉 한화그룹으로부터 바이오사업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과언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 대표가 이끄는 ABL바이오는 신생 벤처기업치고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만만찮은 몸값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었는데, 상장 전부터 기술이전 계약을 이미 두차례나 진행한 것이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 당시 만해도 ABL바이오는 겨우 설립 3년차였다.
통상 바이오기업은 신약 개발 만해도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데도 ABL바이오가 사업 초기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비결에 대해, 이 대표는 “‘연구를 위한 연구’는 철저히 배격하고 오로지 상업적 가치가 있는 연구에만 집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ABL바이오는 이중항체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국내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중항체란 하나의 항체에 두 가지 목표항원체를 접합하는 기술인데, 난치성 질병은 대부분 한가지 이상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일이 많아 이중항체는 단독항체보다 효능이 좋고 부작용이 적고 의약품의 가격도 낮출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ABL바이오는 지난해 9월 유한양행에 면역항암 이중항체 신약 기술 ‘ABL104’와 ‘ABL105’ 2종을 이전했다. ABL바이오와 유한양행은 신약의 세포주 개발과 공정 개발, 비임상 시험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유한양행이 임상 시험과 상업화를 맡기로 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3월 동아에스티에 이중항체 신약 기술을 이전했고 같은 해 7월에는 미국 바이오기업 TRIG테라퓨틱스에 항암 항체 신약물질 5종을 총 5억5천만 달러에 기술 수출했다.
ABL바이오가 상장 전부터 기술이전에 연이어 성공하면서 기업가치는 급등했는데, 한때 장외시장에서 ABL바이오 시가총액은 1조원에 달했다.
다만 상장 이전부터 발생된 ‘먹튀’ 논란은 여전히 투자자들 사이에서 현재진행형이다. ABL바이오는 지난해 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심사를 받고 있던 도중에 오너인 이 대표와 친인척이 상장을 앞두고 보유주식 일부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진바 있다.
그가 챙긴 금액은 312억원으로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는데, 업계에서는 구주매출(이미 상장된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 사실이 알려질 경우 공모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구주매출을 통해 이 대표는 3000주를 39억원에 팔았다. 친인척이 13억5200만원, 배우자를 포함한 임직원은 15억6910만원어치의 주식을 팔았고 초기투자자인 한국투자파트너스가 56억4330만원,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도 15억5090만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
이 대표의 지분 일부 매각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현재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ABL바이오가 상장 이후해도 오너가 보유지분을 대거 매각하는 이른바 ‘먹튀’를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번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를 ‘먹튀’ 논란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나오는데 이 대표가 매각한 주식이 보유주식 13만250주 가운데 극히 일부인 3000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단 ABL바이오 측의 입장은 당시 비상장사여서 이를 밝히거나 공시할 의무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ABL바이오가 당시 비상장사였어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알 권리 확보를 위해 오너의 지분 일부 매각 같은 사안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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