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작년 시범 종합검사 결과 통보푸본현대생명 경영유의·개선사항 34개부문검사보다 수위 높은 저인망식 압박삼성생명 즉시연금 사태 정조준 할 듯
4000억원대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권고를 거부해 종합검사 대상 1순위로 떠오른 생명보험업계 1위사 삼성생명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사를 총지휘할 보험담당 부원장보에 ‘보험업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이성재 부원장보가 선임돼 자살보험금 사태 당시의 중징계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5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푸본현대생명에 경영유의사항 19건, 개선사항 15건 등 총 34개 지적사항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종합검사 결과를 통보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사고보험금 분석과 보험금 부지급률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과 함께 중장기 보험영업 및 상품 개발 전략을 재검토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 푸본현대생명, NH농협은행·지주, 미래에셋대우, 한국자산신탁,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KB캐피탈 등 권역별 총 7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시범 실시했다.
금감원을 올해 4년여만에 종합검사를 공식 부활시키기로 하고 연간 검사계획을 최종 조율 중이다.
푸본현대생명을 상대로 시범 실시한 검사 결과는 종합검사 수위가 통상적인 부문검사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금감원이 수시로 실시하는 부문검사의 경우 제재 이외의 경영 및 유의사항이 최대 10개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영유의 및 개선사항은 금융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적 조치로 제재와 구별된다.
실제 금감원이 지난달 말 4개 중소형 생명보험사의 간편심사보험 불완전판매 위험 등을 지적한 부문검사 지적사항은 최대 8건이었다. 동양생명(경영유의 2건·개선 5건), DB생명(경영유의 1건·개선 7건), KDB생명(경영유의 1건·개선 6건), 오렌지라이프(개선 5건)가 결과를 통보받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부문검사는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몇 가지 경영유의 및 개선사항을 통보하는 선에서 검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푸본현대생명의 경우 제재는 피했지만 지적사항이 30개가 넘어 얼마나 세밀한 검사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금감원이 올해 공식 종합검사에서 밑바닥까지 훑는 저인망식 검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검사 결과를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는 곳은 정식 종합검사 대상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불명확한 약관을 이유로 과소 지급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해 일찌감치 검사 우선순위로 분류됐다.
금감원은 2017년 11월 삼성생명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 A씨에게 과소 지급한 연금을 지급토록 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의 결정에 따라 모든 가입자에게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생명은 2012년 9월 즉시연금에 가입한 A씨에게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 연금을 지급했으나, 상품의 약관에는 연금 지급 시 해당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없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2월 분조위의 결정을 수용해 A씨에게 과소 지급한 연금과 이자를 전액 지급했지만, 동일한 유형의 다른 가입자에게는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같은 해 7월 26일 이사회에서 금감원의 일괄 지급 권고를 거부하고 상품 가입설계서상의 최저보증이율 적용 시 예시 금액보다 적게 지급한 금액만 지급키로 했다.
이후 삼성생명이 지급한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71억원(2만2700건)이다. 금감원이 일괄 지급을 요구한 4300억원(5만5000건)의 60분의 1 수준이다.
삼성생명이 더욱 긴장하는 것은 지난 2016년 자살보험금 사태 당시 생보사들에 대한 중징계 결정을 이끌어낸 이성재 부원장보가 보험담당 부원장보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8일 취임 후 첫 임원 인사를 통해 이성재 전 여신금융검사국장을 보험담당 부원장보로 승진 선임했다.
이 부원장보는 보험준법검사국장 재직 시절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3대 대형사를 비롯한 생보사들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중징계 카드로 무릎을 꿇린 인물이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윤 원장이 즉시연금 사태를 매듭짓기 위해 옛 은행감독원 출신의 이 부원장보에게 보험을 맡긴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2016년 주계약 또는 특약을 통해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판매했으나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보사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토록 했다.
금감원은 당시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관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약관상의 실수일 뿐 자살은 재해가 아닌 만큼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대법원에서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인 2년이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금감원은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보험금을 전액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생보사들은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 불가 입장을 고수하다 금감원의 고강도 제재 방침에 전액 지급키로 했다.
금감원은 영업정지,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 중징계 방침을 사전 통보하며 보험금 지급을 압박했다.
이들 생보사는 결국 2017년 5월 최대 9억원에 달하는 과징금과 함께 기관경고, 일부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받았다. 삼성생명은 8억9400만원, 교보생명은 4억2800만원, 한화생명은 3억9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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