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찬 집유, 김동수·노대래 무죄···‘재취업’ 지철호 무죄법원 “과거 취업 관행, 잘못됐다는 걸 인식 못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31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학현 전 부위원장에겐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기존에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져 석방된 김 전 부위원장은 이날 실형 선고로 법정에서 구속됐다.
신영선 전 부위원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반면 '외부 출신'인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공정위에 재직하면서 퇴직 예정인 간부들을 채용하도록 민간기업에 압력을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기간 16곳의 기업이 강요에 못 이겨 공정위 간부 18명을 채용했고, 임금으로 총 76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운영지원과장과 부위원장 등이 기업 고위 관계자를 만나 직접 채용을 요구했고, 채용 시기·기간·급여·처우 등도 사실상 직접 결정하며 마치 기업을 유관기관처럼 활용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재판부는 “공정위 관련 현안이 늘 있는 기업들은 공정위의 취업 요구를 어기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 더구나 공정위에서 먼저 취업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공정위가 기업들에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사 등을 담당하는 운영지원과장과 부위원장이 퇴직자의 취업 문제를 주로 상의한 뒤 결정해 위원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공정위 내부의 업무 구조를 파악했다.
이에 따라 이 시기 부위원장으로 재직한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과 정재찬 전 위원장에게는 퇴직자의 불법 재취업에 공범으로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재찬 전 위원장의 경우에는 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의 불법 취업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보고받지는 않았더라도 이전에 그와 같은 업무를 처리한 경험에 비춰 이를 승인해 범행에 관여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김동수·노대래 전 위원장의 경우는 ‘공정위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모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공범으로 인정받으려면 공정위에서 먼저 기업에 자리를 요구한다는 등의 사정을 알고 이를 토대로 기업에 추천한 것이 인정돼야 한다”며 “이런 사정을 상세히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공정위 핵심 간부로서 자유로운 경쟁을 추진해 균형 발전을 도모할 책무를 부여받았음에도 오히려 조직 차원에서 영향력을 이용해 취업 자리를 마련하고 관리했다”며 “이에 상응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잘못된 관행의 문제점을 짚어내지 못하고 편승한 것으로 위법하다는 인식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개인적 이익을 위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밖에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받지 않고 제한기관에 취업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공정위 간부 중 일부에게는 300만∼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혐의로 기소된 지철호 현 부위원장은 “취업한 중소기업중앙회가 당시 법령상으로는 취업제한기관이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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