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 거부 주장을 뒷받침할 유리한 판례를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문어발식 소송을 제기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지난해 12월 말까지 즉시연금 계약자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은 총 4건이다.
당초 한화생명이 제기한 소송은 지난해 10월 8일 제기한 소송 1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동일한 쟁점의 소송 3건을 추가로 제기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8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 A씨에게 과소 지급한 즉시연금을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 결정을 불수용했다.
이후 대전지방법원에 A씨를 상대로 소송가액 6700만원의 첫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다.
한화생명은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 연금을 지급했으나 보험약관에는 이 같은 내용이 명확히 기재돼 있지 않았다.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850억원(2만5000건)으로 삼성생명 4300억원(5만5000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한화생명은 첫 소송 제기 이후 다른 즉시연금 계약자 3명으로 상대로 동일한 소송을 추가로 제기해 총 4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계약자 1명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한 것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소송 당사자인 계약자가 민원을 취하할 경우 다른 계약자를 상대로 다시 소송을 제기해야 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삼성생명과 같이 계약자 1명에게만 소송을 제기했는데 해당 계약자가 민원을 취하하면 다른 계약자를 상대로 다시 소송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성을 고려해 복수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삼성생명은 민원을 제기한 즉시연금 계약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으나 해당 계약자가 민원을 취하하자 다른 계약자를 상대로 다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건의 소송을 제기한 뒤 이 중 한 건이라도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각각의 재판부가 서로 다른 판결을 내릴 수 있으니 최대한 경우의 수를 늘려보자는 것이다.
한화생명이 제기한 소송은 금감원의 즉시연금 지급 권고를 거부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도구다.
그런데 만약 계약자 1명에게만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하면 권고를 거부할 명분을 잃고 항소를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4건의 소송을 제기해 재판부의 판결이 엇갈린다면 승소한 판결을 근거로 권고를 거부하면서 패소한 판결 결과를 뒤집는데도 활용할 수 있다.
한화생명 역시 다양한 판결을 염두에 두고 동일한 소송을 여러 건 제기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재판부마다 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객관성을 높이고자 추가 소송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회사 측에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소송과 계약자 측에서 공동으로 제기한 보험금청구소송이 하나로 병합돼 대법원 상고심까지 갈 것을 감안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당장 어떤 소송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곧바로 받아들여 덜 지급한 즉시연금을 지급할 뜻이 없다는 얘기다.
앞서 한화생명 즉시연금 계약자 최모씨 등은 2건의 보험금청구소송을 공동으로 제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일한 내용의 복수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첫 번째 소송의 판결이 반드시 두 번째, 세 번째 소송 결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화생명은 4건의 소송에서 모두 승소하거나 적어도 각 재판부가 다른 판결을 내리길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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