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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이 온 유통가’ 코로나는 어디까지 바꿔놓을까

[스토리뉴스 #더]‘특이점이 온 유통가’ 코로나는 어디까지 바꿔놓을까

등록 2020.03.12 14:35

박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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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이 온 유통가’ 코로나는 어디까지 바꿔놓을까 기사의 사진

“과거의 성공 방식은 모두 버리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언급한 말이다. 신 회장은 국내 700여개 점포 중 200개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예고하며, 앞으로 전자상거래 사업에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오프라인 점포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기존의 방식으로는 달라진 요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조차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날을 세우는 상황. 수많은 기업과 이하 업체들 역시 지속과 생존을 위해 고민하고 위험 부담이 큰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살벌한 시대다.

‘특이점이 온 유통가’ 코로나는 어디까지 바꿔놓을까 기사의 사진

해외에서는 수년 전부터 변화의 흐름이 시작됐다. 한때 세계 최대 완구업체로 이름을 알렸던 ‘토이저러스’는 아마존 등 온라인 상거래 업체의 성장과 스마트폰 게임 확산으로, 2018년 6월 미국에서 운영하던 800여개 매장을 닫았다.

한인이 일으킨 기업으로 미국 패션업계에 성공신화를 쓴 ‘포에버21’. 패스트 패션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찍을 만큼 승승장구했지만, 몇 년 새 누적된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지난해 파산에 이렀다. 오프라인 매장 확산에 집중한 전략이 실책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코어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2019년 한 해 동안 온라인 쇼핑에 밀려 문을 닫은 매장만 9,302개점에 달한다. 2012년 집계 이후 최다 수준인데 이게 끝도 아니다. 한동안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특이점이 온 유통가’ 코로나는 어디까지 바꿔놓을까 기사의 사진

이렇듯 달라진 소비 경향 탓에 시들어가던 오프라인 매장. 최근에는 느닷없이 직격탄을 맞으며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지경이다. 전 세계에 무섭게 확산되며 대유행 국면에 접어든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침방울 등을 통해 감염되는 탓에, 확산이 본격화된 2월 이후 사람들은 외부 활동을 꺼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많은 이들이 집밖 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물건은 온라인 쇼핑으로 해결하는 중이다.

앱 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10일 발표한 ‘2월 주요 소매시장 결제 동향’을 보면, 코로나19로 주요 온라인몰들의 매출은 일제히 급등했다. 쿠팡의 2월 매출은 1월보다 13% 늘어난 1조6,300억원으로 집계됐고, SSG닷컴은 4,500억원으로 전달 대비 15%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특이점이 온 유통가’ 코로나는 어디까지 바꿔놓을까 기사의 사진

그렇다고 거리에 늘어선 오프라인 매장들이 벼랑 끝에 밀려 ‘망할’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업체의 특성에 따라 온라인 쇼핑몰과는 차별화되는 전략을 갖추기 위해 저마다 악전고투 중이다.

편의점 업체들은 전국을 잇는 자체 물류망과 주거지와 가까운 매장이 많은 강점을 활용해 싸고 간편한 택배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명품 브랜드를 확대하고 문화 및 체험형 콘텐츠 등으로 매장을 채워 차별화를 강화했다. 가전양판 업체도 오프라인 매장의 고급화 전략을 통해 VIP 고객을 모시는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라지만, 오프라인 매장만의 고유한 영역도 있음을 어필 중인 셈이다.

‘특이점이 온 유통가’ 코로나는 어디까지 바꿔놓을까 기사의 사진

유통업계는 소비자가 온-오프라인 경로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즉 ‘옴니채널(omni-channel)’로 그 숙제를 풀어가는 중이다. 도서나 화장품, 백화점 상품 등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매장에서 수령하는 것이다.

반대로 매장에서 품절 등으로 구매하지 못한 상품을 즉석에서 바로 주문하고 배송까지 이어주는 방식일 수도 있다. 미국 월마트가 시도한 엔드리스 아일(Endless Aisle)이 앞선 사례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그의 저서 ‘무배격(無配格)’을 통해 미래의 쇼핑은 무, 배, 격 3개의 카테고리가 핵심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사람‧상품‧매장이 없어지고 배송 경쟁은 더 치열해지며 인간의 격을 높이는 서비스와 제품의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 이 중 일부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미래 사회의 쇼핑은 과연 어떻게 달라질까?

‘특이점이 온 유통가’ 코로나는 어디까지 바꿔놓을까 기사의 사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지난 1월 이후 우리의 일상 깊이 파고든 코로나와 함께 사람들은 불편하고 불안한 생활에 나름대로 적응해가고 있다. 그리고 한동안은 이런 생활이 계속될 전망이다. 전 세계에 걸친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온라인 쇼핑에 길들여진 사람들, 평범한 일상을 회복한 뒤 다시 오프라인 매장으로 돌아갈까? 한번 몸에 밴 습관을 떨쳐내긴 어렵기 마련. 어쩌면 코로나 사태로 달라진 소비생활은 변화의 몸살을 앓고 있는 유통업계를 완전히 뒤집어놓을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뉴스웨이 박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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