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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반토막’ 원유 DLS···“아직 1조 시한폭탄 째깍째깍”

‘원금 반토막’ 원유 DLS···“아직 1조 시한폭탄 째깍째깍”

등록 2020.06.08 12:22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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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유가’ 사태 이후 첫 DLS 손실 확정8월부터 줄줄이 만기 도래···원금손실 ‘경고등’“최근 유가 반등에도 향후 상승 폭은 제한적”

‘원금 반토막’ 원유 DLS···“아직 1조 시한폭탄 째깍째깍” 기사의 사진

지난 4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원금 손실이 처음으로 확정된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이 나왔다.

지난해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S에서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했던 ‘DLS 대란’이 올해 또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실제로 아직 미상환된 원유 DLS 잔액만 약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WTI 선물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제5371호 DLS’의 최종 수익률이 -47.9597%로 확정됐다고 전날 밝혔다. 투자자가 이 상품에 100만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만기 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52만원 가량에 불과한 셈이다.

해당 상품은 만기 상환 평가일인 지난 3일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37.29달러를 기록하면서 원금 상환 조건에 해당하는 행사가격인 52.59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같은 날 브렌트유 가격도 39.79달러로 행사가격인 61.16달러를 밑돌았다. 이 상품의 총 발행금액은 약 21억원으로 투자자들의 최종 손실 금액은 1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DLS란 기초자산의 가격에 연동해 일정 기간 동안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통상 DLS는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이 첫 기준가의 70~80% 이상이면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가입기간 동안 한 번이라도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면 만기 때 최종 가격에 따라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한다.

문제는 올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으로 대부분의 원유 DLS가 바로 이 녹인 구간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녹인 구간은 기준으로 삼은 기초자산 가격의 35~60% 수준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만기가 2~3년 정도인 원유 DLS의 최초 발행 시점을 계산해보면, 곧 만기가 임박하는 상품들은 2017~2018년 발행된 것이 대부분이다. 당시 WTI 가격은 배럴당 60~70달러대에서 움직였는데, 녹인 레벨 50%를 적용하면 손실 적용 가격은 30∼35달러다.

최근 국제유가가 한 달 사이 2배 가까운 상승세를 기록해 WTI의 가격도 전날 종가 기준 배럴당 37.41달러까지 회복했지만, 30달러대 유가는 아직 안정권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WTI를 기초자산으로 한 공모형 DLS의 미상환 잔액은 9238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사모 발행금액까지 포함하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8월부터는 원금 손실 우려가 있는 DLS의 만기가 줄지어 도래한다. 미래에셋대우 외에도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등에서 발행한 원유 DLS의 만기가 8월로 예정돼 있다.

이들 상품은 WTI 기준 50달러 중반에서 60달러 후반대에서 최초 기준가가 설정됐다. 원금 손실을 피하기 위해선 8월까지 국제 유가가 최소 45달러선은 진입해야 한다.

상품에 따라 수익률은 차이가 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들 상품 역시 일부 원금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남은 기간 동안 국제 유가가 지난 3~4월처럼 기록적으로 폭락할 가능성은 적지만, 반등 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내다봤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의 V자 반등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한데, 원유 수요는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과거 수준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다소 모순적”이라며 “전염병이라는 특이 케이스로 인해 물리적인 이동이 불가능했던 만큼, 과거 경기침체 국면보다 원유 수요의 감소 폭이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유가가 일정 수준까지 상승한 만큼 원유시장의 패권 전쟁이 재개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유가가 회복될 수 있다는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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