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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발목 잡는 ‘분산탄’, 결국 팔 수밖에 없는 이유

한화 발목 잡는 ‘분산탄’, 결국 팔 수밖에 없는 이유

등록 2020.09.18 07:31

수정 2020.09.18 10:54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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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사업서 파생 분산탄, 11월 독립법인 신설글로벌 블랙리스트···유럽권 중심으로 투자 배제한화솔루션·에어로스페이스 등 계열사도 불이익ESG 방점 찍은 김 부사장, 특히 사회적 책임 총력비윤리 연대책임 물어 규제 지속될수도···매각 관측

한화그룹 실질 지주사인 ㈜한화가 일명 ‘강철비’로 불리는 분산탄 사업을 떼어낸다.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김동관 부사장의 경영관이 적극 반영된 결정이다.

시장에서는 ㈜한화가 사업 분할 후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분산탄 사업 보유만으로도 그룹사 전체에 직·간접적인 악영향이 끼친다는 이유에서다.

18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는 오는 2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분산탄 사업부문을 독립법인으로 물적분리하는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주식회사 코리아 디펜스 인더스트’(가칭·KDI)은 오는 11월2일 신설된다.

분산탄(확산탄)은 파편이나 자탄을 흩뿌리려 밀집 지역의 적을 공격하는 무기다. 하나의 큰 폭탄 내부에 300개 이상이 소형 폭탄이 장착되는데, 1회 폭발로 축구장 3개 넓이(약 2만㎡)의 면적 안에 있는 인명과 시설에 무차별적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한국화약이 전신인 ㈜한화는 1974년 정부의 자주국방정책에 따라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이후 완성탄 전문 제조 업체로 성장했다. 현재는 유도무기와 항공우주, 방산전자, 첨단체계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모태사업에서 파생된 분산탄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대로,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분단국가, 동맹국 미국의 압박 등 여러가지 대·내외적 이유로 사업을 유지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살상 무기인 분산탄을 향해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2000년대 후반부터 유럽권 국가가 주축이 돼 분산탄 제조사를 고립시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2007년 46개국이 모여 분산탄의 사용·제조 등을 제재하는 ‘오슬로 협약’을 맺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GPFG)은 ㈜한화 등 분산탄 업체에 대한 투자를 법적으로 금지시켰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유일한 고객이던 ㈜한화가 받는 타격은 거의 없었다. 또 분산탄 제조가 비윤리적 목적을 가지지 않고, 우리 군의 자위적 권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국제연합(UN)이 2010년 발표한 ‘분산탄 금지조약’에 불참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화그룹 전반에서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각 사업별 글로벌 진출이 확대되고 있지만, ㈜한화에 달린 ‘비윤리 기업’ 꼬리표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화는 네덜란드 비정부기구(NGO) 팍스(PAX)가 선정한 위험 군수업체 ‘블랙 리스트’ 7개사 중 한 곳이다. 유럽의 경우 국가법으로 분산탄 업체 투자를 규제하거나, 공적연금의 운용을 금지한다. 대표적으로는 네덜란드, 노르웨이, 벨기에, 덴마크, 룩셈부르크, 스웨덴, 프랑스, 뉴질랜드 등이 꼽힌다.

통상적으로 분산탄 제조 업체에 대해서만 투자를 금지하고 있지만, 일부는 모회사나 지분구조가 얽힌 자회사까지 제외 대상에 올린다.

한화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 정부 연기금 운용기관인 FRR은 한화그룹 전체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연금펀드 MN Services, 기계업체기금 PME, 3대 은행 ABN AMRO와 룩셈부르크 연금펀드 FDC 등은 ㈜한화 뿐 아니라 한화솔루션(옛 한화케미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생명에 대한 투자를 막는다.

김 부사장이 주력하는 태양광 사업은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게 된다. 기존에는 ㈜한화로 화약 원료를 납품하는 한화케미칼이 투자 제외 대상이었다면, 올해 초 이뤄진 합병작업으로 한화솔루션 전체가 투자 금지 대상이 됐다.

유럽은 미국과 함께 태양광 선진 시장으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의 올 상반기 석탄 발전량은 32% 가량 축소됐는데, 이 축소분의 30%는 태양광 발전이 차지했다. 연기금 중심의 책임투자가 보편화된 유럽 시장에서 한화솔루션이 긍정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김 부사장은 분산탄 문제점을 일찌감치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한화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으로 선임된 직후 ESG(비재무적 요소)에 방점을 찍은 것도 이 때문이다. ESG는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를 의미한다. 김 부사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ESG를 주요 투자 고려 요소로 삼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동안 한화그룹이 분산탄 사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사업 분할로 가치 제고와 이미지 쇄신 방안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유럽 투자사들은 국제협약 이행 여부, 지속가능성, 윤리성 등을 따져 투자 제외 회사를 선정한다. ㈜한화가 KDI를 지배하는 구조가 유지되기 때문에 연좌제에 묶여 규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한화그룹을 향한 비난이 지속될 여지는 충분하다. 한화시스템과 인공지능(AI) 무기 연구를 하던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은 2018년 50명 이상의 외국 저명 AI 학자들로부터 보이콧을 당했다. 전쟁범죄급 무기를 만드는 ㈜한화의 손자회사와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는 이유였다.

㈜한화가 KDI 최종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신 첨단 무기체계를 강화하고 해외 수출이 가능한 기술 개발로 수익성을 높일 것이란 추론도 가능하다.

다만 ㈜한화 측은 섣부른 예측을 경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신설법인 설립 절차가 남아있어 매각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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