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포스코 임원 64명 검찰 고발...“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취득”하락 때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통상적 조치...기업가치 제고 자신감최 회장 연임 결정 앞두고 ‘포스코 흔들기’...정치권에 시민단체까지 가세
앞서 지난 9일 참여연대와 금속노조,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임원 64명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회사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미리 알고 주식을 사들였다는 혐의다.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포스코 임원들은 지난해 3월 12일부터 27일까지 회사 주식 1만9209주를 취득했다. 한 달 뒤인 4월 10일에는 포스코의 1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이 발표됐다. 임원들이 미공개 중요정보(자사주 매입)을 활용해 특정 시기에 조직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주장이다.
포스코는 이에 대한 반박 입장을 내고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임원들이 책임경영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주식을 매입했다는 설명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당시 주가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연초 대비 최대 42%나 내려갔다.
◇포스코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임시이사회가 긴급 결정...임원들은 몰랐다”
포스코는 임원들의 회사 주식 취득과 회사의 자사주 매입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자사주 매입은 과도한 주가 급락으로 임시이사회가 긴급하게 결정된 사안으로, 주식을 사들인 임원들의 의사결정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포스코는 “주가 저평가 해소 목적으로 장기 기관투자자들이 자사주 매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며 “임원들은 주식 매입 시점에서 자사주 매입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은 바 없고, 신속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선 시민단체들이 억지 주장으로 포스코를 흔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영진의 회사 주식 매입은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와 더불어 실적 개선 등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저평가 됐을 때 빈번하게 이뤄진다.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따라붙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 주요 상장사, 폭락장 이후 경영진 자사주 매입 릴레이
실제로 지난해 3월 폭락장 이후 주요 상장사 경영진들의 자사주 매입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해 4월 KT 임원진들은 총 20억원 상당의 자사주 11만주를 매입했고, 우리금융그룹 경영진들도 지난 1월 약 7만5000주를 사들였다. 코스닥 시장의 스타인 씨젠도 임원 26명이 1만6299주를 매입했다.
또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9월 성장과실 공유 프로그램을 도입해 임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을 장려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주식을 취득해 최소 6개월 이상 보유하면 매입급액의 10%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지난해 7월 대우건설도 '대우사랑 캠페인'을 통해 임직원 1562명이 자사주 170여만주(약 60억원)을 매입했다.
◇시세차익 커져도 주식 안 판 임원들...“LH 사태와 다르다”
회사 주식을 매수한 임원들이 차익을 실현하지 않은 점도 ‘책임경영’이라는 포스코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포스코 임원들이 본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지난해 3월 12일의 주가는 17만8000원이었지만 현재는 31만7000원(9일 종가기준)에 달한다. ‘투자’ 목적이었다면 시세차익을 노려야 하는 시점이지만 주요 경영진은 아직까지 매도하지 않았다.
회사의 자사주 매입 소식이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방어를 위한 단기적인 처방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실적과 업황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임원들의 주식 매수 당시 포스코 주가가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포스코가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하지 않았더라도 향후 주가 반등 여력은 충분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임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매입했다는 주장은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CFO(최고재무책임자)인 전중선 부사장은 임원 가운데 가장 많은 주식을 사들이며 시장에 자신감을 내비쳤다”며 “포스코 임원들의 주식 매수는 LH 임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사건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주총을 앞두고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포스코를 흔들고 있다”며 “민영화된 지 20년이 지난 포스코가 여전히 외풍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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