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 당시만 해도 정부 여당은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바꾸겠다며 요란법석을 떨었다.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1주택자 부과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는 물론 아예 부과 대상을 상위 1% 주택에 한정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불법 투기의혹이 불거진 LH에 대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조직 해체 수준의 개혁’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잇따른 기류 변화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바뀐 것은 없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LH의 정부 혁신안부터 그렇다. LH 개혁과 관련한 핵심적 조직 개편은 놔둔 채 일부 업무 조정과 직원 감축 등의 내용만 내놨다. LH 직원의 개발지 투기 의혹 사건이 LH의 방만한 조직과 집중된 권한에서 비롯됐는데도 표면적인 조직 쪼개기에 그쳤다. 그마저도 당정간 이견으로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고 8월로 조직개편 발표를 연기해 버렸다. 택지보상과 부지조성, 주택공급, 주거복지 기능 등 핵심적 기능은 여전히 LH에 남겨 뒀다. “알맹이 없이 변죽만 울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LH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의혹에 대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의 중간수사 발표도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 3개월여 동안 2800여명에 대한 수사를 벌여 고작 20명을 구속하는데 그쳤다. 고위직의 구속사례는 아직 전무하다. 합동과 특별이란 말이 붙은 게 무색할 정도다.
부동산정책도 개혁의 소리만 컸지 벌써 말짱 도루묵이 되고 있다. 4·17 재·보선에서 참패한 여당은 분노한 민심을 반영하겠다며 대대적인 부동산정책 개편의사를 밝혔지만 재산세만 일부 손보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보름여간의 격론 끝에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특위가 내놓은 결론은 ‘맹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도 저도 아닌 결론이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논란이 컸던 종부세나 양도세에 대해서는 결정을 미뤘다. 6월 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행 유지라고 한다. 당내 이견만 노출한 데다, ‘전당원 투표’에 부치자는 의견까지 나오면서 무책임한 여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백화점식 논쟁을 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종부세, 재산세, 양도세 등 각종 세제에 금융과 공급까지. 의제가 너무 많았다. 한 중진 의원은 “모든 것을 다하려고 든다. 딱 하나만 집어서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한데 이것저것 다 하려고 하다 보니 아무것도 못 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오죽하면 당내에서도 특위가 오히려 부동산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진성준 의원은 페이스북에 “4·7 재보선과 부동산 특위 활동을 기점으로 (집값) 상승률이 다시 뛰어오르고 있다고 적었다. 부동산 특위가 한 일이라고는 재산세 감면 대상 주택을 찔끔 확대한 게 전부다.
반면 특위 출범 당시 1주택자의 과도한 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는 온데 간데 없다. 결국 급등한 공시가격에 강남권은 물론 그동안 종부세는 내 일이 아니라고 여기던 중산층들도 하루아침에 꼼짝 없이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심판을 받았다”며 실패를 자인한 부동산 문제를 여당이 “우리가 주도해 풀겠다”고 하더니만 핵심 사안은 대부분 유보됐다.
모두 말만 거창한 용두사미(龍頭蛇尾) 꼴이다. 정치권은 물론 정부마저도 국민의 분노에 놀라 앞 다퉈 용머리를 그리겠다고 호언하더니 결국엔 뱀 꼬리만 그리고 있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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