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우리 시총 뛰어넘고 따상 땐 KB도 추월 PBR 7.3배 제시···국내 금융지주는 1배 미만높은 기업가치 유지 관건은 ‘금융 플랫폼’ 전환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번 IPO를 통해 최대 2조5525억원을 조달한다. 공모 수량은 6545만주, 희망공모가는 3만3000~3만9000원이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및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다음달 21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어 26일부터 이틀간 일반 청약을 받은 뒤 오는 8월 5일 신주를 상장할 예정이다.
◇신용대출 앞세운 이자이익 증가···조기 흑자전환 원동력
지난 2017년 7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현재 총 1653만명의 계좌개설 고객을 확보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서비스 첫 해인 2018년엔 20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137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1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지난해와 올해 1분기엔 각각 1136억원, 467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예수금과 대출금 잔액은 각각 25조3910억원과 21조6050억원으로, 2017년 말부터 연평균 67.1%와 63.8%씩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내은행의 수신과 여신 성장률이 각각 9.0%와 8.0%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적이다.
자산 고성장에 따른 이자이익의 증가는 조기 흑자전환의 원동력이 됐다. 2018년 2940억원이었던 이자이익은 2019년 4946억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엔 5994억원까지 불어났다. 우량 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한 덕분에 자산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다.
◇미국 인터넷은행 PBR 1.8배인데··· 비교된 피어그룹과도 ‘괴리’
이처럼 카카오뱅크의 실적과 외형은 두드러지게 성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속성장과 높은 수익성을 감안하더라도 카카오뱅크의 몸값은 기존 금융지주사보다 높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가 제시한 몸값은 국내 4대 금융지주인 하나(14조원)와 우리(8조5000억원)을 크게 웃돈다. 상장 후 ‘따상’에 성공한다면 신한(21조2000억원)은 물론 KB(23조3000억원) 몸값의 두 배를 넘기는 금융 대장주가 된다.
카카오뱅크는 해외 4개의 디지털 금융회사와 비교해 자사의 PBR을 7.3배(주가순자산비율)로 제시했다. 국내 금융주들은 대부분 1배를 넘지 않고 미국의 인터넷은행들도 1.8배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은행주’로서 고평가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PBR은 당초 증권가가 예상한 4~6배보다도 높은 수치다.
카카오뱅크는 플랫폼 기업이 아닌 전통적인 금융주들의 밸류에이션 평가지표인 PBR 방식을 적용했지만, 기업가치는 여전히 높게 측정된 셈이다. 특히 비교회사로 꼽힌 해외 피어와 카카오뱅크는 같은 선상에 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수익성, 사업영역, 플랫폼 성격 등 측면에서 해외 피어와 다소 괴리가 있어 보인다”며 “미국의 로켓컴퍼니를 제외한 3개사는 평균 자본규모가 1조5000억원에 불과하고, 로켓컴퍼니는 온라인 주담대를 주로 취급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IPO 초기 기대감이 고조되는 시기엔 금융 플랫폼의 가치가 크게 부각되겠지만 향후 은행주 밸류에이션 수준으로 점차 수렴할 전망”이라며 “차별적 사업모델 구축 및 지배력 강화, 리스크관리 역량 검증 등이 뒤따라야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이자이익 앞세운 ROE 개선 필요···플랫폼 지위확보 여부는 지켜봐야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들의 가계대출 점유율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이자이익을 중심으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정작 대출자산은 은행권의 1.1%에 불과한 것도 부담이다.
따라서 카카오뱅크는 금융주가 아닌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야 현재 몸값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은행권처럼 예대마진 중심의 수익구조를 이어간다면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자본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자본 규제 대상이 아닌 일반적인 플랫폼들과 출발부터 다르다는 이야기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은행법상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며 “대출자산 성장을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자본이 필요한데, 대출자산 성장 속도가 빠를수록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 희석(유장증자) 리스크도 높아지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이어 “금융 플랫폼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주려면 빅데이터를 활용한 차별화된 서비스와 그룹 내 다양한 플랫폼들과의 협업 등이 필요하다”며 “자산과 자본에 연동되지 않는 비이자이익의 개선이 금융 플랫폼 전환의 주요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한 금융상품 중개는 카카오뱅크의 플랫폼적인 기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핀테크 기업에 대한 자본 확대 요구가 커질 경우 카카오뱅크의 자본력이 부각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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