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는 지난 9일 오후 제142회 회의를 열고 8시간이 넘는 마라톤 논의 끝에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안을 수정, 의결했다.
원안위는 이날 회의에서 여러 차례 허가 사항 내용을 변경해 보완했고 결국 20줄에 달하는 세세한 사전 이행 조건을 내세우며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에 조건부로 허가를 내줬다.
운영 허가에 관한 의결은 표결까지 가지 않고 원안위원 9명간 합의로 통과됐지만, 김호철 원안위원(법무법인 유한 소속 변호사)은 안건 통과에 명시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다.
신한울 1호기는 이번 정부에서 운영 허가를 받은 두 번째 원전이 됐다. 원안위는 지난 2019년 3가지 이행조건을 달아 신고리 원전 4호기 운영 허가를 의결한 바 있다.
이번에 원안위가 내건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 조건은 크게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 결함 개선과 항공기 충돌 시 대비로 나뉜다.
두 가지 내용 모두 그동안 탈원전을 주장해온 환경시민단체들이 신한울 1호기 가동을 반대하면서 내세운 주요 이슈들이다.
그동안 환경시민단체들은 원자로 격납 건물 내부의 수소 농도를 낮춰 원전 폭발을 막아주는 PAR 결함을 한수원이 은폐했다고 주장해왔다.
환경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안위가 신한울 1호기 가동 허가를 내준 이유는 이미 공사가 끝난 원전의 가동을 미룰수록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의원(국민의힘)이 한수원에 요청해 지난 1일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 2호기 운영 허가 순연에 따른 1일 사업비 증가금액은 약 11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23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미 완성단계에 있는 원전을 아무 일도 안 하고 그냥 묵히는 문제는 빨리 정리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장에게 요청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 한국형원자로개발책임자였던 이병령 원안위원은 "솔직히 반대하고 싶지만 수조원의 자산이 사장되는 걸 막기 위해 조건부 찬성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수원은 지난 2014년 12월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 신청을 한 뒤 지난해 4월 공사를 끝내고 가동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원안위는 안전성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며 지난해 11월 본격적으로 운영 허가 논의를 시작한 이후 총 13차례 보고를 받았고 지난달에는 운영 허가를 한차례 미루기까지 하며 장고를 거듭했다.
이를 두고 원전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원안위의 당연한 행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일부는 원안위가 신한울 1호기 가동을 일부러 늦추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앞으로 국내 원전을 둘러싼 논쟁은 신한울 2호기 운영 허가 여부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여부가 될 전망이다.
신한울 3·4호기는 지난달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건설 재개는 없다"고 명확하게 말한 것에 비춰볼 때 이번 정부에서 다시 공사가 시작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신한울 2호기의 경우 다수의 원안위원이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 논의 과정에서 지적된 사안을 바탕으로 운영 허가안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과 같은 진통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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