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개선 모두 이행했는데 상폐···손병두 이사장 형사고소 계획코스닥 공매도 잔고수량‧비중 1위···지분 많은 개인투자자 ‘독박’거래소 주요주주 공매도 주체 ‘증권사’···상폐 놓고 커지는 의혹 전문가 “연속성은 모든 바이오사의 문제···투자자 보호 생각해야”
이성호 신라젠 행동주의주주모임 대표는 19일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거래소가 회사의 펀더멘털과 가치상승, 국민고통을 모두 외면한 결정을 내렸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전날 오후 신라젠 주권의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다만 신라젠의 상장폐지 권한은 기심위가 아닌 코스닥시장위원회에 있다. 이에 거래소는 상장규정에 따라 향후 20일 내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상장폐지 및 개선기간부여 여부 등을 심의할 예정이다.
그간 사측과 소액주주들은 신라젠의 거래재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거래소가 요구했던 신규 자금 확보, 최대주주 및 대표이사 변경 등을 모두 이행한 데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는 대부분 상장 전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신라젠의 최대주주는 기존 문은상 전 대표에서 엠투엔으로 변경됐고, 장동택 대표이사가 경영 지휘봉을 새로 잡았다, 특히 엠투엔으로부터 1000억원에 달하는 신규 자금을 유치해 향후 임상을 위한 재원까지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결국 상장폐지로 무게추가 기울어지자 거래소의 결정에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거래소가 ‘주주’인 금융투자업계의 이해관계를 위해 신라젠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신라젠 소액주주 A씨는 “신라젠 전체 주식의 86.66%는 16만5246명의 개인투자자가 보유하고 있고, 기관은 약 1.1% 정도만 갖고 있다”며 “신라젠이 상장폐지 되더라도 기관과 외국인의 피해는 극소액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라젠의 공매도 잔고비율이 코스닥 전체 1위인 점을 감안하면 기관과 외국인은 오히려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두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기관과 외국인은 상장폐지를 내심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라젠의 시가총액 1조2400억원 가운데 공매도 잔고금액(19일 기준)은 787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른 공매도 잔고비중은 6.32%로, 코스닥 전체 상장사 가운데 1위다. 악성 공매도에 시달리는 에이치엘비(5.59%)나 오너리스크에 휘청거린 헬릭스미스(4.19%)를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신라젠의 공매도 잔고수량(650만4124주) 역시 코스닥 1위다.
공매도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미리 내는 투자기법으로, 자금력과 정보력을 쥔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들이 주로 거래하고 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빌린 주식을 갚는 시점에 주가가 떨어지면 차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공매도 투자자는 상장이 폐지됐을 때 가장 큰 이익을 거둬들일 수 있다. 거래소에서 주식의 거래는 불가능해지지만 주권 자체가 사라지진 않기 때문이다. 상장 폐지로 정리매매를 거치면 주가는 단숨에 푼돈이 되고, 상장폐지 이후에도 공매도 물량을 언제든지 상환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이 같은 의구심을 갖는 건 공매도의 주체인 증권사들이 한국거래소의 주요주주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의 주요주주 34곳 가운데 공매도와 관련된 금융투자업계 31곳이 90.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거래소가 주주들의 막대한 공매도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신라젠의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특히 신라젠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상장 전에 발생한 것도 주요쟁점으로 꼽힌다.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의 배임‧횡령 행위 이후인 2016년 12월 6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한국거래소는 신라젠의 상장심사 당시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보고 상장시켰지만 지난 2020년 6월 19일 신라젠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자본시장법 제390조와 한국거래소 코스닥 상장규정 등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상장대상기업의 배임행위에 대한 심사의무가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상장 전 발생한 경영진의 배임행위를 전혀 알 수 없었던 만큼 심사를 소홀히 한 거래소가 책임지고 거래를 재개해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이에 따라 신라젠 주주모임은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주식거래에 대한 업무방해를 이유로 형사 고소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가 상장심사 당시에는 문제 삼지 않았다가 상장 이후 상장적격성을 심사한 건 형사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최대주주가 1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지배구조와 재무적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상장폐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라며 “부실한 파이프라인은 국내 바이오 상장사 대부분이 해당되기 때문에 상장폐지의 근거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이어 “충분한 경영개선이 이뤄졌는데도 상장이 폐지됐을 때 가장 피해를 보는 건 개인투자자들”이라며 “특히 신라젠은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종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 보호의 측면에서 거래소의 결정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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