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빅테크-금융사 플랫폼 모두 위한 ‘균형 감독’ 예고

“디지털 대전환 시대···신기술로 산업 경계 무너져”

“넓고 평평한 운동장 만들겠다”···동반성장 감독 예고

“새로운 시장과 좋은 일자리 창출하는 확대 균형으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이수길 기자 [e-mail]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빅테크 기업의 디지털 금융 혁신을 맞아 앞으로는 이들과 기존 금융회사가 다 같이 새로운 시장과 부가가치를 만들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확대 균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금감원은 빅테크 기업과 금융사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넓고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 아래 감독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26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플랫폼 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 원장을 포함해 네이버파이낸션 최인혁 대표,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KB금융지주 조영서 전무, 신한금융지주 김영희 부사장, 하나금융지주 박근영 부사장이 참석했다.

이날 정 원장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장 참여자들이 늘어나면서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지난 2014년 카카오가 16개 은행과 공동으로 뱅크월렛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테크 기업과 금융회사 간 서비스 융합이 첫 발을 내딛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테크 기업이 전자상거래와 컨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금융업으로의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며 “금융회사도 2019년 오픈뱅킹을 시작으로 현재 ‘원 앱’ 서비스 전략을 추구하는 등 발 빠르게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 원장은 “이를 통해 테크기업과 기존 금융회사가 다 같이 새로운 시장과 부가가치를 만들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이른바 ‘확대 균형’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금감원은 테크 기업과 금융회사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넓고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세부적으로 3가지 감독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는 ‘동일 기능 동일 규제’ 대원칙 아래 금융플랫폼 감독 방향을 설정하겠다는 원칙이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일본의 금융서비스중개업을 포함한 최근의 주요국 규제 사례를 연구하고 국내 연구기관 의견을 수렴해 금융중개 관련 일반적 규율 체계를 금융위 등 관계 당국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일본은 2020년 6월 ‘금융서비스중개법’을 제정하고 금융서비스중개업 등록 시 은행·증권·보험 등 모든 금융 업권의 중개영업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정 원장은 “이를 통해 테크기업과 금융회사 간 불합리한 규제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한 금융플랫폼 영업환경이 마련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금융사의 혁신 노력도 함께 지원하겠다는 뒷받침 전략이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의 부수업무 확대를 검토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 서비스 테스트 지원 등 금융의 신사업 진출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사 계열사 간 정보공유와 핀테크기업 투자 제한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셋째는 금융플랫폼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이용자 보호와 사이버보안에도 각별히 신경쓰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상품 추천에 활용되는 알고리즘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운영되지 않도록 하고 이를 통한 소비자 피해 발생을 예방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 원장은 “간편결제(전자금융업) 수수료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산정·부과되도록 유도하고 수수료 공시시스템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원장은 “이제 테크 기업과 금융회사 모두 디지털 플랫폼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라며 “금감원은 테크기업과 금융회사가 공정하게 경쟁하며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금융 시장의 확대 균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