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인한 경북과 강원 지역 임야 피해만 축구장 1만5천개 면적인 1만775㏊에 달했고, 주택 포함 시설물 200여곳이 타 많은 이재민이 생겼다.
4일 오전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애초 강한 바람을 타고 강원 삼척으로 북상했다. 하지만 5일에는 다시 무서운 기세로 남쪽인 울진읍과 죽변면으로 남하하면서 종잡을 수 없는 움직임을 보였다. 산불과 근접한 마을 주민들은 긴급 대피했고, 울진읍 가스충전소와 주유소 인근까지 불길이 번지는 등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울진군청 1∼2㎞ 앞까지 빠른 속도로 남하한 산불로 인해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연기가 뒤덮이면서 도로 곳곳이 통제됐다. 울진과 삼척 산불 피해 규모는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산불 영향구역은 현재 울진 1만145㏊, 삼척 630㏊ 등 1만775㏊로 대폭 늘었다. 축구장(0.714㏊) 1만5천91개 면적이다. 주택 153채, 창고 34동 등 시설물 206곳이 불에 타 곳곳에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고 있다. 7번 국도와 36번 국도 일부 구간, 해안도로 등 곳곳이 연기와 불길로 통제되고 있다.
전날 밤 한울원전과 삼척 LNG생산기지, 송전선로 주변에 방화선을 구축해 주요 시설을 지켜낸 당국은 이날 산불 남하에 다시 원전 등 위험시설 방어에 전력을 쏟고 있다. 울진읍에서는 가스충전소와 주유소 인근까지 불길이 번져 헬기 등을 동원해 진화에 사활을 걸었다.
강릉 옥계에서 시작한 산불도 동해까지 무섭게 집어삼키며 막대한 피해를 내고 있다. 이날 오후 3시까지 산림 피해 면적은 강릉 옥계와 동해를 합쳐 축구장 700개 면적인 50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건물 피해도 잇따라 강릉에서 주택 4채가 소실됐고, 묵호와 망상에서도 각각 19채와 10채가 불탔다. 4일 밤 옥계 산불로 대피하던 80대 주민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소방당국은 5일 오전 1시 8분께 옥계면 남양리 주택에서 난 불이 인근 산으로 옮겨붙자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산불이 도심 전체를 포위하듯이 번지고 있어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민 518명은 망상컨벤션센터, 국민체육센터, 북평여고 체육관, 동해체육관, 복지센터로 대피했다.
동해도 도심이 시커먼 연기로 뒤덮였고, 동해고속도로 옥계∼동해 14.9㎞ 구간과 7번 국도 등은 통제되면서 도심을 빠져나가려는 관광객 차량으로 곳곳에서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했다. 동해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한 탓에 산림 당국도 진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북 울진 산불은 도로변에서 시작돼 인근 산으로 번졌다. 강릉 옥계 화재는 한 주민의 방화로 시작됐다. 두 산불은 강풍을 타고 주변을 집어삼키며 순식간에 퍼져나가 불길을 잡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울진에는 초속 27m의 강풍이 부는 데다 짙은 연무 등으로 헬기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산림 당국은 강릉 등 여러 지역에서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하면서 헬기가 분산되자 추가로 울진에 헬기를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 헬기 46대가 투입돼 공중진화를 하고 있으며 지상에는 인력 4천296명이 구역별로 배치돼 진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산불 영향구역이 굉장히 넓어 일몰 전에 큰 불길을 제압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으나 여의치 않은 형국이다.
소방청도 화재위험경보 중 가장 높은 '심각' 단계를 전국에서 처음 발령하고 진화 헬기 57대와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경북·강원 산불 진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산불 피해가 심각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산불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서울시도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울진, 삼척 등 동해안 지역에 재해복구비 4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4일 밤 경남 함양군 마천면의 한 산에서도 불이 나 9시간여 만에 진화됐고 부산 금정구 회동동 아홉산에서도 불이 나 임야 6천600여㎡를 태우고 6시간여 만에 불길이 잡혔다. 4일 오후에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난 불이 대모산으로 옮겨붙어 약 5시간 만에 진화되기도 했다.
마을 주민이 조리 중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불은 산림 1.5㏊(헥타르), 주택 등 11채 등을 태웠다. 이밖에 5일 오후 1시 46분께 경북 경주시 감포읍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1시간 42분 만에 진화됐고, 오후 3시 20분께 충남 당진시 송산면 명산리 일대 야산에서 불이 나 산림 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였다.
현재 경북·강원 동해안 지역, 부산, 울산, 대구에 건조경보가, 경남·충북·전남, 경북 대부분 지역 등에 건조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여서 산불 추가 발생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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