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의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 참석차 5월 하순 일본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한국도 함께 찾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미국 대통령은 동아시아를 찾을 때 일본과 한국을 함께 순방하는 경우가 많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이번 방일을 계기로 방한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의 실제 방한 시점은 쿼드 정상회의 일정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이달 3일(현지시간) 개최된 쿼드 4개국 정상 화상회의 결과 발표문에 '몇 개월 내에 도쿄에서 직접 만나기로' 합의한다는 내용이 담겨 조만간 대면 회의를 개최한다는 계획은 일단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관측대로 5월 하순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한다면 새 정부 출범(5월 10일) 이후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첫 한미정상회담이 성사되는 셈이다. 이전 정부 사례와 비교해도 단연 빠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51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71일 만에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첫 회담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임기 개시 54일 만에 이뤄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은 취임 79일 만에 처음으로 회담했다.
통상 한국 대통령이 먼저 방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미국 대통령 방한이 먼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미 당국은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가능성을 두고 의견을 교환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통령직인수위 기간에 본격적으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임기 첫 한미 정상회담은 향후 5년간 이어질 한미동맹의 방향성과 대북 기조, 역내 전략 등을 전반적으로 조율하는 '첫 단추'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큰 이벤트다.
윤석열 당선인은 정권 인수 준비에 들어가자마자 한미정상회담을 실질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받아든 것으로, 새 정부가 마주하게 될 첫 중요 외교 시험대가 될 공산이 크다.
이처럼 미국과의 정상 대면이 일찌감치 이뤄질 전망이지만, 나머지 주변 3국과의 정상외교는 쉽지 않은 여건에 놓여 있다.
일본과는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갈등으로 대립의 골이 깊어지면서 정상 간 셔틀외교가 장기간 중단된 상태다.
윤 당선인은 한일 정상 셔틀외교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앞서 TV토론에서 미·일·중·북 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일본과 회담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해 정상외교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는 오는 8월 한중 수교 30주년이라는 중요 이벤트를 맞지만, 시진핑 지도부의 엄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언제 대면 정상회담을 재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러시아와는 최악의 상황에서 관계를 시작하게 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전면적으로 고립시키는 상황이어서 정부 출범 초기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특사 외교 등 고위급 교류 자체가 쉽지 않다는 평이다.
한편 윤 당선인이 언제, 어디서 다자외교 데뷔 무대를 치를지도 관심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변수기는 하지만 통상 9월에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가 열린다.
또 11월 15∼16일에는 인도네시아에서 G20(주요 20개국), 같은 달 18∼19일에는 태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각각 예정돼 있다. 캄보디아가 올해 의장국으로 주재할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도 11월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의장국 순번인 한중일 정상회의를 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할지도 주목된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3국이 매년 돌아가며 개최해 왔으나, 최근에는 역사 갈등과 미중대립 여파로 2년 연속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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