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급등에도 외국인 매수세는 이어져13년 4개월 만에 장중 달러당 1350원선 넘어서달러 강세로 국내 증시 저평가 부각됐단 분석도증권가 "3분기 이후 환율 1200원선 돌아갈 것"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813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달에 2조4897억원을 순매수하고 이달 들어서만 2조992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사자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연일 치솟았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5.5원(0.41%) 오른 134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이날 장중 한때 1351원까지 치솟으며 환율 연고점을 재차 경신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에서만 16조원어치를 팔아치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14일부터 매수 우위를 보이면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전자, 삼성SDI, 현대차, SK하이닉스 등의 대형주 위주로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최근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급락)하는 동안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수세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주에 원/달러 환율이 13년 4개월 만에 1340원을 돌파했으나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외국인은 5916억원 상당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스피 시장에선 5251억원, 코스닥 시장에선 665억원 상당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는 보통의 달러 강세 국면과는 다른 모습이다. 통상 환율이 상승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환차손(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율 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거나 조만간 정점을 기록할 것이라는 인식에 따라 일종의 저가 매수에 나섰단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위험을 대변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와 스왑베이시스 등의 지표들은 큰 폭으로 움직이는 환율과는 별개로 매우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서 "불안 요인이 여전히 많지만 환율 역시 적정한 수준을 크게 벗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점차 변곡점을 기록할 시점이 가까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수혜 종목과 원전‧방산 등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산업들이 부각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최근 증시 반등을 이끄는 이른바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자력발전) 종목군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됐다.
이달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이차전지 관련주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로 각각 5509억원, 486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조선주 가운데에는 현대미포조선(1958억원), 삼성중공업(673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두산에너빌리티(1493억원), 한화솔루션(892억원) 등 원전주와 태양광주에도 외국인 매수 자금이 집중됐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신재생 에너지, 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생산 기지를 보유하거나 증설을 계획하고 있어 미국 우방 국가 중심 공급망 재편의 수혜 국가로 부각될 수 있다"면서 "원전이나 방산 등의 신규 수주 모멘텀 역시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 근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참여자들의 투자심리가 불안한 가운데 환율은 당분간 현시점에서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3분기 이후에는 완만한 속도 속에서 다시 1200원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 연구원은 "환율 상승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미국 물가 급등과 이에 대응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있다"면서 "환율이 고점을 형성하는 것도 미국 물가의 변곡점과 맥을 같이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미 변곡점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 수입 물가나 생산자 물가를 통해 보면 미국 소비자 물가는 이번 분기를 지나며 정점을 지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과 다른 주요국 금리 차 축소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원/달러 환율은 3분기 이후 다시 1200원 대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신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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