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패권 경쟁 고조에···중장기 전략 필요한 시점국내 반도체 생산 설비 확충 등 돌파구 모색"삼성은 평택, SK는 용인에 생산기지 늘려야"
이는 양사가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생산 거점을 쉽게 옮기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중국 견제를 향한 미국의 행보가 연일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는 등 양국 갈등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한몫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SMC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중국 AI(인공지능) 반도체 업체 '비런 테크놀로지(Biren Technology)'의 첨단 반도체 위탁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TSMC는 비런 테크놀로지 생산품의 미국 수출 규제 대상 여부를 아직 결론짓지 못했지만 일단 자사 제품 공급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난감한 모습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쑤저우에서 D램 후공정(패키징) 시설을 운영 중이며 전체 낸드플래시 가운데 41%가량을 시안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서만 전체 D램 생산량의 49%를 담당, 충칭에서 낸드 후공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양사가 미국을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 그간 미국보다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해온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가 타격을 피하기에는 불가피해 보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1997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37억9500만달러다. 그러나 중국에는 이보다 5배가량 수준인 170억6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미국에 공장이 없는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부터 2년간 중국에 투자한 전체 금액(249억달러) 가운데 절반 이상인 168억1000만달러를 쏟아 부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최근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까지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심도 깊어졌다.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 장비 수출통제 조치를 1년 유예했지만 이후 대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1년 뒤에도 유예 조치를 계속 적용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과 패권 경쟁 고조 등에 따라 미국이 추가적인 제재를 내놓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중장기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국내 반도체 업계들도 이제는 '탈중국 시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먼저 미국의 중국 제재 기조가 확실해졌기 때문에 중국에 추가적인 투자 진행은 위험성이 높다. 또, 임시방편 전략이 아닌 미중 갈등에 대비하기 위한 한국 내 반도체 생산 설비 확충 등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하는 건 메모리 분야이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부분"이라며 "TSMC처럼 즉각적으로 움직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을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삼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반도체의 경우 무관세 품목이고 물류비용이 크게 부담되지 않는 제품이기 때문에 외국 생산을 할 필요가 없다"며 "신규투자를 한다면 삼성은 국내의 평택공장, 하이닉스는 용인에서 생산기지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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