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들 단독입찰 원해 기존 컨소 시공사까지 해지했는데 갑작스런 불황 탓에 다시 컨소 형태의 수의계약 진행키로서울 수주전은 경쟁 입찰 한창인데···지방에선 몸사리기?일각선 울산B-04 조합들 길들이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와
3일 울산 중구 B-04구역 조합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컨소시엄 형태의 수의 계약을 제안키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일에는 2차 입찰 마감일이었지만 아무도 응찰하지 않아 또 유찰됐다. 입찰 공고 전부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빅매치'가 예고되며 이목을 끌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앞서 지난 8월 31일 1차 시공사 입찰 마감에서 아무도 응찰하지 않아 한 차례 유찰된 바 있다. 당시 건설사 관계자들은 입찰 마감 일정이 빠듯해 신청하지 못했다며 2차 입찰 참여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에는 최근 갑작스럽게 터진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부동산 PF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로 아무도 참여치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연초부터 원자재값과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의 레고랜드 사태의 불똥이 순식간에 건설업계로 튀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 자금시장 경색까지 겹치면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중소 지방 건설사와 영세한 시행사들이 위기에 부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또 상대적으로 중소 건설사들보다 PF대출을 많이 받는 대형 건설사들조차 안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들 시공사는 전일 바로 공문을 보내며 "최거의 사업조건과 경쟁력 있는 입찰을 차질없이 준비했으나 최근의 부동산 시장 악화에 따른 분양시장에 위축한데다 PF 대출마저 제한돼 매우 불안정한 환경으로 변함 만큼 아쉽게도 2차 입찰에도 참여치 못했다"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울산지역 미분양 주택이 최대를 기록하는 등 최근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한 와중 B-04 사업 규모도 커 한 회사가 맡기에 리스크가 크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사업장은 울산광역시에서 재개발 최대어인데다 사업성 역시 뛰어난 것으로 파악되지만 총 4080가구나 지을 예정이다. 예상공사비만 1조원을 웃돌고 총사업비는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원이 1035명으로 5%가량의 임대주택을 제외하고도 약 2800가구의 일반분양 물량이 나오는 '알짜 사업장'으로 꼽힌다. 다만 현재처럼 미분양 리스크가 지속된다면 이 사업성 마저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지적이다. 즉 미분양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할 수 있는 사업장이라는 얘기다.
두 차례 유찰을 겪자 전일 조합은 조합임원과 조합자문단 통합회의를 열고 시공사 선정, 향후 일정 등에 대해 긴급 논의했다. 조합 집행부는 "현재 조합에서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은 재입찰 공고 또는 수의계약 중 한가지"라며 "일단 조합에서는 재입찰 공고를 우선적으로 고려했으나 1, 2위의 건설사도 현재의 대외상황에 단독시공 및 경쟁입찰에 대한 부담감으로 향후 입찰하기 어렵다고 안내를 해 결국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컨소시엄 형태의 수의계약으로 진행키로 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울산 중구 B-04조합은 지난 7월 총회를 열어 기존 시공사인 롯데건설·GS건설 컨소시엄과의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당초 조합과 시공사인 롯데·GS건설 사이의 공사비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롯데건설이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 사용을 거부하면서 결국 공사계약을 해지했다. 또 대다수의 조합은 단독시공의 단일 브랜드 사용을 원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PF 사태는 명분일 뿐, 결국에는 조합원 길들이기 위한 대형 건설사들의 합작이 아냐니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유는 부동산 한파가 여느 때보다 강하게 불고 있음에도 서울의 정비사업장은 앞다투며 뜨거운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남2구역에서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신당8구역에서는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이 각 조합들에게 파격 조건을 내세우며 물밑 경쟁에 치열한 모습이다. 특히 한남2구역은 하루가 다르게 파격적인 금융 지원을 내걸고 있다. 건설사들이 지원해준다는 금융지원에는 이주비와 사업비 조달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러한 자금은 결국 PF 대출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아무래도 현재의 상황에서는 무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도 말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한파가 여느 때보다 심화된 가운데에서도 분양의 성공이 보장된 서울 일대와 그외 지방의 온도차가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방에서는 아무래도 랜드마크 지역이라도 건설사들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라며 일정 부문 두둔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현재 홍보관 짓기에 한창 중이다. 개관 예정일은 모두 오는 1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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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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