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미국 빅스텝으로 금리차 1.25%p외국 투자금 유출, 물가 상승 자극 우려 커져금통위, 자금경색·경기 침체·금융안정 등 '속도조절' 의견내년 첫 금통위서 인상 폭에 관심 쏠려
한국은행은 15일 오전 이승헌 한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로 긴축강화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면서도 "향후 미국 등 주요국의 물가 상황에 따른 정책기대 변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재차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폭이 확대된 만큼 환율, 자본 유출입 등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적시에 시장안정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금리차 역대 최대···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 지속=1%p 수준으로 유지하던 한미금리차가 단번에 1.25%p까지 벌어졌다. 이는 지난 2000년 10월 이후 최대폭이다.
당시 미국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한미 금리가 역전되고 그 폭이 1.50%p까지 벌어졌는데 2000년 5월에서 10월까지 6개월간 이어졌다. 1.25%p 금리차는 내년 1월까지 이어진다.
관건은 한미 금리 역전 폭이 더 벌어지느냐다. 연준은 내년 기준금리를 5.00~5.25%까지 끌어올리는 경우 1.50%p 보다 더 벌어질 수 있어서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최종금리를 3.50%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원의 최종금리 수준 의견을 밝히면서 "3.5%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명, 3.25%가 1명, 3.5%에서 3.75%로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2명이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의견이 3.5%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최종금리 도달 후 얼마나 이를 유지할지 등 시기를 못 박기는 어렵고 최종금리 도달 시기조차도 미국 금리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도달한 이후에는 물가가 목표수준(2%대)으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가 확실한 이후 금리 인하에 관한 논의를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역대 최대 수준에 근접한 한미 금리 격차가 지속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평가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가 발생하며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가파르게 오르던 물가가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하반기까지도 5%대의 고물가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물가가 고착화되면 경기 침체 등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
◇셈법 복잡해진 한은 금통위···새해 '빅스텝' 가능성은?=이 총재는 최종 금리 수준을 두고 금통위원들의 관점이 바뀌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전에는 대외 상황이 중점이었다면 이제는 국내 금융불안 등이 중점이 됐다는 것이다.
금통위 의사록에 이러한 관점 변화가 그대로 담겼다. 최근 공개된 11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단기자금 시장 경색 우려와 부동산 등 경기 침체, 금융안정 등 우려가 커지는 만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속도조절 필요성을 언급했고, 1명은 금리동결을, 나머지 2명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 금통위원은 속도조절을 주장하면서 "국내 금융안정 이슈로 인하여 긴축 여력이 소진되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양상 등을 살펴보면서 신중히 긴축 속도를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미 연준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외환시장 불안이 재개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새해 첫 금통위에서 한은은 인상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역전 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시장에서는 국내 최종금리 수준을 3.5~3.75%로 보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를 0.25%가 아닌 0.50%p 인상해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을 최소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낮은 가능성이지만 빅스텝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되면서 한국도 1월 금통위에서 25bp 인상을 통해 3.50%까지 기준금리를 달성한 이후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경계심이 유지되며 내년 초까지 국내 금리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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