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시장 여건, 여전히 절망적···이익 바닥칠 것기준금리 인상 종료 시점·채권 시황, 생존 최대 변수주요 증권사, 조직 효율화·자산 유동화로 살길 모색
증시 호황기였던 2021년의 경영실적이 워낙 좋았던 탓에 지난해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이 유난히 나쁘게 나왔는데 올해 실적은 더 안 좋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근래에 볼 수 없던 '실적 골짜기'가 올해 드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하반기 반등의 희망은 있다.
◇증권가 '1조 클럽' 가입사, 2년 연속 '0개' 유력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낸 기업에는 '1조 클럽'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재작년인 2021년에는 무려 5개 증권사가 '1조 클럽'이라는 영예로운 수식어를 받았다. 그러나 1년 만에 '1조 클럽'이라는 이름은 증권사에서 모조리 사라졌다.
현재 증권가에서 추산하고 있는 지난해 경영 성적표 중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긴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이달 말께 발표될 지난해 연간 결산 실적을 통해 한 해 농사 결과를 확실히 확인할 수 있지만 결산 실적으로 다시 봐도 추산치를 넘길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재작년 1조485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미래에셋증권이 9790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되고 1조29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NH투자증권은 5165억원의 영업이익이 추산돼 1년 사이 이익이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업계를 호령하던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이 이 정도로 줄어들 정도면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 감소 수준은 더 심각하다. 이미 지난해 적자로 전환됐던 증권사들도 있어 중소형 증권사들은 이달 말 쥐게 될 경영 성적표를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새해 실적 전망은 더 암울하다. 시중 금리가 크게 오르고 주식 투자보다 은행권 저축의 매력이 더 커지면서 증시 쪽으로는 돈이 흐르지 않고 있다. 특히 금리가 높아질수록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나빠지는데 이것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자본시장의 대표적 지표인 유가증권시장의 전망도 녹록지 않다. 코스피 지수의 올해 연고점 예상치가 3000포인트는 커녕 2900포인트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부분이며 2000포인트 아래로 연저점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본시장의 뇌관이 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위협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수요가 줄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는 늘어나는 등 부동산 관련 시장 지표가 나빠지고 있다.
다행히도 증권사의 생사를 가늠할 정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는 오지 않으리라 전망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의 악화는 금융기관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상당 부분 경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실적 악화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수의 증권사는 올해 1분기와 2분기까지는 이익이 바닥에 다다를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증권가에서는 '1조 클럽'이라는 이름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이 4000억원만 넘어도 선방하는 것"이라는 엄살 섞인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시장 안팎에서 '상저하고(상반기에 바닥을 찍고 하반기에 반등한다)' 이야기가 꾸준하고 증권사 업황 악화 원인이 된 채권 시장 상황도 하반기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만큼 증시 여건의 변동에 따라 증권사들의 경영실적 곡선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내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끝난다고 가정하면 트레이딩과 기타 부문 손익은 올 하반기부터 반등 가능하다"면서 "특히 채권 운용 관련 실적 개선이 두드러지면 전반적인 업계 실적도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덜 뽑고 더 자른다···주력 사업만 키운다
증권사들의 실적이 바닥을 향해 가자 인력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벌어들이는 비용이 과거보다 줄었지만 인력 수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조직 개편과 희망 퇴직 등 인력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됐다.
이미 지난해 말 중소형과 대형 증권사 할 것 없이 다수의 증권사에서 임직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조직 개편은 회사마다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소위 '전공 분야'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을 택했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는 시장 여건상 성과 극대화가 불가능한 만큼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키워서 생존에 노력하자는 취지다.
대형 증권사들은 조직 효율화를 통해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의 전통 강자인 NH투자증권은 M&A와 인수금융 시장 대응을 위해 투자금융 부서를 확대했고 미래에셋증권은 IB사업부를 전문분야에 따라 재편하는 조직 개편을 지난해 말 단행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돈이 될 만한 자산을 매각하거나 돈이 되지 않는 부서를 아예 과감히 잘라내는 결단을 내리고 있다. 특히 다올투자증권은 알짜 계열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제3자에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빠르면 이달 중 새 주인의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2023년 자본시장 여건이 바닥을 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업계 전체가 생존과 도태의 갈림길에 서 있는 상태"라며 "버틸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버티면서 하반기 시장 반등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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