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12% 초과 자본금 전액 배당 계획 밝혀증권가에선 "KB, 하나지주로 확대 가능성" 예측배당 자제 권고했던 금융당국 태도 변화가 관건
9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지난 2일 열린 신한경영포럼에서 자본비율(보통주 기준) 12% 초과분은 주주에 환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결정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로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면서 이목을 집중 시켰다. 이 덕분에 신한지주의 주가는 지난주 나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한금융이 12% 초과분에 대해 전액 주주환원을 하겠다는 것은 자본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주주이익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통주 자본비율은 건전성을 파악하는 여러 지표중 핵심적인 지표로 여겨진다. 금융당국에서는 해당 지표를 10.5%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지난해 9월말 기준 신한금융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12.7%이다. 당국의 권고 수준을 웃도는 만큼 건전성 유지에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12% 초과분에 대해 전액 주주환원을 할 경우 배당성향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상황에 대비해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의 배당을 제한하도록 한 '자본관리 권고조치'로 인해 주주가치 환원에 소극적이었던 만큼 국내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통상 25% 수준에 불과했다. 해외 은행(약 65%)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데 국내 금융지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배 수준에 머무르는 것도 이 영향이 컸다. 주주들로부터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요청을 받은 것도 같은 이유다.
앞서 지난 2일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공개주주서한을 통해 각 은행들이 매년 벌어들인 이익 중 일부를 보통주 자본비율이 13%에 이를 때까지 매년 적립해나가되 13% 이상에 대해서는 전액 주주환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본배치 정책 도입을 요구했다.
아울러 대출 성장률을 명목 GDP 성장률 이하(연 2~5%)로 감축해 당기순이익의 최소 50% 주주환원을 하도록 촉구했다. 얼라인은 은행들에 이 같은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내달 9일까지 이사회 결의 및 공정공시를 통해 공식 도입할 것도 촉구했다.
증권가에선 신한지주의 움직임이 다른 주요 금융지주로 번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높은 자본비율과 자산건전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6%에 불과하다. 30% 배당성향에 대한 의지를 해마다 피력하고 있지만, 실제 상승률은 상당히 점진적이었다"며 "사실 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런 점진적인 행보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답답함을 안겨줬고 국내 은행주 저평가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면 KB, 하나 역시 높은 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어서 신한지주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국면 이후 주요 은행지주는 배당성향 상향 및 자사주매입소각 확대 조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해외 은행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은행주들의 주주환원 확대가 현실화할 경우, 해외은행 수준으로 주주환원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건은 금융당국의 태도다. 금리 인상기 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을 써내려가고 있는 가운데 주주환원 정책을 제약할 경우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있는만큼 금융사들의 자율성을 우선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지만 당국에서 권고하는 건전성 수준을 만족시키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는 것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금융지주들이 잇다라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han324@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