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확대·믹스개선 등으로 영업익 사상 최대수익성 개선의 가장 큰 요인은 우호적 환율올해 환율하락·경쟁심화 불가피···'내실' 챙길 때
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반도체 공급난과 경기 침체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은 전년 대비 47% 급증한 9조8198억원을 기록했고, 기아의 영업이익(7조2331억원)도 전년 대비 42.8%나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수익성 개선은 해외 판매 확대와 믹스개선, 환율 효과 등이 주요 배경이다. 경쟁사들이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차질을 겪을 동안 상대적으로 물량을 잘 확보했고, 제네시스와 전기차, SUV 등 고수익 차종의 판매비중을 늘린 것도 주효했다. 특히 업계 최저 수준의 인센티브로 '제값받기'를 유지한 것도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아는 지난해 4분기 월 평균 생산량 26만7000대를 기록하며 생산 정상화에 진입했다"며 "글로벌 평균 판매단가는 3개 분기 연속 3000만원대를 달성해 제값받기 전략도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올해 공격적 판매목표 제시했지만 시장선 "어렵다"
다만 일각에선 현대차와 기아의 호실적이 고환율에 따른 착시효과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영업이익에서 '환율'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조1410억원 증가했지만, 환율효과로 얻은 이익 증가분은 이보다 많은 3조7050억원에 달한다. 이어 믹스개선(3조730억원)이 뒤를 이었고, 물량증가에 따른 이익 증가분은 5010억원에 그쳤다. 기타(3조7880억원)와 금융 부문에서는 각각 3조7880억원, 3500억원 가량 감소했다.
기아의 이익구조도 현대차와 다르지 않다. 지난해 영업이익 7조2330억원 가운데 '환율효과'로 얻은 이익은 2조4490억원에 달했다. 이어 인센티브 절감효과(1조5010억원)와 가격효과(1조1160억원)이 뒤를 이었다. 반면 판매 증가로 얻은 이익은 1조940억원이었다.
지난해 원·달러 평균 환율(1292원)은 1998년(1395원)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원·달러 평균 환율은 지난해 1분기 1205원, 2분기 1260원, 3분기 1338원, 4분기 1359원으로 지속 상승했다. 현대차와 기아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환율이 높을수록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는 432만대 판매, 매출액 전년 대비 10~11.5% 증가, 영업이익률 6.5~7.5% 달성 등을 올해 가이던스로 제시했다. 기아도 올해 판매 320만대, 매출액 전년 대비 13% 증가, 영업이익 9.5%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북미와 유럽 등 주요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려 지난해보다 높은 수익을 거두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환율이 고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한 올해는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아는 올해 연간 환율 평균을 1250~1300원으로 예상하고, 이로 인해 1조1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올해는 주요 경쟁사들의 생산이 정상화되는 만큼 마케팅과 인센티브 비용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높아진 금리 등의 영향으로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 강도는 2020년 이전 수준을 향해 돌아가고 있다"며 "이에 따른 비용 증가와 인센티브 상승 여파로 현대차와 기아의 공격적인 2023년 판매 실적은 가이던스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중심 산업 패러다임 급변···"양보다 질적 성장 우선"
이에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기아가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외형성장보다 '내실'을 신경써야 한다는 얘기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와 기아가 차를 잘 만들어 실적이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미국 GM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양적 성장과 거리를 둔 지 꽤 됐고, 현대차와 기아의 공장 가동률도 상대적으로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경쟁사들이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점유율 확대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이어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전기차 중심으로 새판이 짜여지고 있어 내연기관차 시대의 양적성장이나 판매량은 의미가 줄고 있다"며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적은 생산량으로)흑자를 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와 중국업체들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전체 전기차 시장의 70%나 차지하는 중국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것도 현대차그룹의 고민거리"라고 덧붙였다.
또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경쟁사 대비 생산관리를 잘했고, 중국에선 부진했어도 인도시장 공략으로 만회했다"면서도 "일단 올해까지는 괜찮겠지만 반도체 공급난 이슈가 마무리 된 이후부터 수익성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국내 생산량이 토요타의 일본 생산량을 넘어섰던 2014년 당시 한전부지를 고가에 매입하며 논란이 됐었다"며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기보다 품질 이슈를 줄이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투자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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