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회사의 기업가치 증가분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배당이다. 배당은 기업의 순이익이라는 과실을 주주에게 나눠줌으로써 주주가치 환원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순이익 대비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 비율을 배당성향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내 상장사들의 주주가치 환원을 위한 배당성향은 매우 인색한 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유가증권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19.10%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이 최근 제공한 2023년 1월 기준 미국 기업의 배당성향은 34.69%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은 대략 미국 기업의 절반 정도인 셈이다. 낮은 배당성향은 최근처럼 높은 자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증시 침체기에 투자자의 증시 이탈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배당 수익률을 기대하지 못하는 투자자는 꾸준하게 증시에 관심을 가지고 장기 투자하기 어려워진다.
최근 금융당국은 배당지급절차 관련 제도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개편된 제도의 핵심은 기업이 먼저 배당금을 확정한 후 투자자가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배당절차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상장사의 주주확정일(배당기준일)은 통상 12월 말이고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배당액이 확정되면 4월경 배당금이 지급된다. 즉, 배당 규모를 사전에 알지 못한 상황에서 전년 12월까지 투자 주주에 한해 배당이 사후 결정되는 구조이다. 이러한 방식은 과거 배당성향을 믿고 해당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일종의 투자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구조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기업이 예상 배당액을 사전 공시하고 이를 근거로 투자자가 해당 주식보유 여부를 결정하는 배당지급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예상 배당액과 실제 배당액 간의 차이 확대는 주주 신뢰를 잃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영미권 기업들은 가급적 배당지급에 관해 주주와의 약속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더욱이 장기투자자가 많은 영미권 국가 특성상 주주가치 환원을 위한 배당정책에 대한 주주 요구와 관심이 높다는 점도 높은 배당성향 유지의 이유이다.
최근 금융당국의 배당지급절차 개선 노력은 국내 증시 부양 측면에서 상당 부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우선 낮은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상장회사는 사전에 높은 배당성향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당은 기업성과를 과시하는 일종의 정보전달 효과를 가진다. 따라서 기업의 적극적 배당 공시는 주가 견인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배당성향을 결정하는 이론 중 말콤 베이커와 제퍼리 워글러가 주장한 '케이터링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투자자의 심리지수가 기업의 배당성향을 결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데 학계의 연구결과를 참조하면 투자심리가 낮을때 상장사로 하여금 배당성향을 높이려는 시도가 강해진다는 행태 재무론 연구의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배당지급절차 제도개선은 상장사의 배당성향을 높이는데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다음으로 높아진 배당성향이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는 기업 경영자에 대한 모니터링 등 감시의 역할도 수행한다. 개인투자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높아 기업의 주요 재무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행동주의를 표방한 펀드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어, 주주중시 기업경영을 위한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가 늘어나는 경향이다.
국내 기관투자자는 상대적으로 개인투자자 대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주식을 매입한다. 학계의 관련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기투자를 염두에 둔 국내 기관투자자의 지분율이 배당성향과 정(+)의 관련성을 보인다고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사전에 배당정보를 갖고 투자할 수 있다면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식매수 행태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배당지급절차의 개선은 주주중시 경영을 위한 투자자 역할이 강화되는 데 일조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배당지급절차의 개선은 상장사의 배당성향 제고를 유도함으로써 금융당국의 증시 부양책으로서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장기투자자로 분류되는 기관투자자의 상장사 지분매입을 늘려 자본시장에서 기업경영의 감시기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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