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보다 물가 불확실성 때문에 동결물가 목표 2% 수렴 확신 없으면 인하 없어韓美금리차 확대 우려에 "기계적 판단 말아야"
이 총재는 2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은이 전망한 물가 경로대로 간다면 굳이 금리를 더 올려 긴축으로 가기 보다는 그 영향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동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침체가 심화하니까 물가가 오르더라도 동결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한은은 경기도 고려하고 금융시장 안정도 고려하지만 굉장히 많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물가가 낮아지고 있다는 경로를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거듭 부연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속도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최종금리 수준, 중국 경기 회복 영향, 부동산 경기, 금융안정 영향, 금리 인상 파급 영향 등 여러 요인을 점검해 봐야 한다는 게 금통위의 판단이다.
이 총재는 "1월 물가 상승률이 5.2%로 올라갔는데 왜 (기준금리를 동결) 이러냐고 할 수 있다"면서 "통화정책은 미래를 보고 하는데 물가 경로가 안정됐는지를 볼 때 작년 하반기에는 올라가는 경로여서 무조건 금리 인상을 해야 하는 국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1월에 이어) 2월에도 5% 가까운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겠지만 3월 이후로는 많이 떨어질 것을 전제로 보고 있다"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경기가 나빠지면 물가도 변하니까, 물가 경로대로 갈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해 10∼11월에도 물가 경로에 따라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싶었지만 환율 변수 때문에 금융안정에 문제가 생겼었다"면서 "갑자기 미국의 예상밖 긴축으로 전세계적으로 충격이 와서 Fed(미 연방준비제도)에 독립적이지 못하고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작년과 달리 (이제는) 국내 요인 본연의 역할대로 물가와 금융안정을 보면서 할 수 있는 쪽으로 많이 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인상 기조가 끝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내부에서 최종금리에 대해 한 분은 3.5%, 나머지 5분은 당분간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4월 이후 매 금통위 회의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다가 이번에 동결한 것은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지난해는 이례적으로 물가가 급등해 매회 인상했지만 이전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시간을 두고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오늘 결정은 이러한 과거의 일반적 방식으로 돌아간 것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상당 기간은 물가 경로가 정책목표 2%로 가는 경로에서 확신이 들면 금리 인하를 고려하겠지만 확신이 안 들지 않으면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다"라고 답했다.
이번 동결로 한미금리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기계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11월 환율이 급등했을 때와 지금과 한미금리역전 수준을 보면 지금이 더 벌어졌다"면서 "한미금리차가 환율에 주요한 요인 중 하나지만 금리차 수준을 나누어 기계적으로 위험하다 아니다 판단할 수 없다"면서 "한은이 환율 시장에서 특정 환율을 타깃하는 것이 아니라 쏠림현상이 발생하거나 물가와 금융안정에 문제를 줄 때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인상해 온 한국은행과 시장금리를 낮추라는 정부 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난해 말 갑자기 오른 시장금리가 조정되는 부분"이라며 "통화정책의 효과가 없다고 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국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다고 하는데 비교하기가 적절하지 않다"면서 "이들은 현재 금리가 아닌 이후 금리를 반영하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것을 반영해 현재 기준금리보다 낮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제적 요인이 큰데,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는 기대가 컸다가 기대 전환으로 금리가 떨어지고 해외 자금이 우리나라 선물시장으로 들어오면서 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나왔다"면서 "또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 금융시장에 문제가 있었는데 이때 기준금리보다 시장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이것이 조정되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과 가계 등은 이미 금리가 올라간 것을 체감하고 있을 것"이라며 "통화정책이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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