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지주사 최대주주로 주력 계열사 영향력↑배터리·석유화학, 반도체·ICT, 화학·소재 일원화 디스커버리 '바이오·케미칼' 사업은 최창원으로 분리
SK그룹 지배구조 리스크는 최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벌이는 이혼 소송 딱 하나로 귀결된다. 지난해 말 법원은 665억원 규모 재산분할 1심 판결했다. "SK주식 절반 분할해야 한다"는 노 관장의 요구는 제외돼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한 시름 놨다는 재계 평가가 나왔다.
이노베이션·스퀘어·SKC 계열사까지 최태원 영향권
SK그룹 지배구조는 '최태원→SK㈜→SK이노베이션·스퀘어·SKC'로 이어진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는 SK이노베이션, SK스퀘어, SKC,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리츠 등 상장사 9개를 거르린 최대주주다. 재계에선 SK디스커버리를 포함 SK그룹이 4대 중간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는 평가인데, 실질적으로 최태원 회장 지배력이 미치는 중간지주 계열을 보면 SK디스커버리는 제외된다.
SK㈜는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원으로 키운다는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실행 중이다. 이미 4대 핵심사업(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이와 별도로 중간지주 3사는 각각 배터리·석유화학,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화학·소재 등으로 사업을 일원화했다.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사업에 주력하는 지주회사로 탈바꿈했다. 2021년 10월 배터리(SK온)와 석유개발(SK어스온) 사업을 분할하면서 지주사로 전환했다. 친환경 그린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사업개발 등을 통해 배터리와 분리막 사업을 키운다는 목표다.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고, SK온은 북미 등 해외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지오센트릭(구 SK종합화학)은 고기능성 포장재 및 자동차 경량화 소재를 담당한다. SK엔무브(구 SK루브리컨츠)는 SK에너지에서 분사된 윤할유 부문을 맡는다.
SK스퀘어는 반도체와 ICT 사업이 주력이다. 2021년 11월 SK텔레콤이 통신사업과 비통신사업으로 쪼개지는 인적분할로 출범, 새로운 중간지주사 역할을 한다. SK텔레콤 자회사였던 SK하이닉스를 SK스퀘어가 넘겨받았다. SK스케어는 반도체·ICT 투자부문을 맡고, SKT는 인공지능(AI)·디지털인프라 서비스를 담당한다.
SK텔레콤에는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등 유무선 통신, AI기반 서비스, 디지털인프라 서비스 3가지 사업이 배치됐다. SK스퀘어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드럼어스컴퍼스, 나노엔텍, 인크로스, 티맵모빌리티, SK플래닛, 원스토어, 11번가 등 반도체, 미디어, 보안, 커머스 16개 회사가 종속됐다. 이중 상장사는 4개다.
SK스퀘어는 2025년까지 원스토어, SK쉴더스, 웨이브,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5개 자회자 상장을 계획했다. 그러나 증시 입성 추진은 연기될 거란 전망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SK쉴더스는 SK스퀘어가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글로벌 투자사인 EQT인프라스트럭처에 지분 31%를 넘기고 향후 2대 주주로 공동 경영한다.
SKC는 그룹 내 화학·소재 사업을 이끌고 있으며 지난해 5월 지주사 요건을 충족했다. 선경석유에서 출발한 역사는 1987년 선경화학에서 SKC로 바뀌었다.
최근 자회사의 변화가 컸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사업을 하는 SKC솔믹스는 올 초 SK엔펄스로 사명이 교체됐다. SK넥실리스는 전기차용 배터리소재 동박 제조사 KCFT를 인수해 SKC 자회사로 편입됐다.
최창원은 바이오·케미칼 사업 진두지휘
최태원 회장과 한지붕 아래에서 바이오·케미칼 부문 지배력을 확보한 인물은 최창원 부회장이다.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동생으로 최 회장과는 사촌이다.
최 부회장은 40.18%의 SK디스커버리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최태원 회장의 SK디스커버리 지분율은 고작 0.11%에 불과해 SK디스커버리 계열 회사들은 최 부회장이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최 부회장이 거느리는 또 다른 지주회사 이름이다. SK케미칼이 SK디스커버리로 상호를 바꾼 뒤 2017년 말 사업회사(SK케미칼)과 투자회사(SK디스커버리)로 인적분할되면서 지주사 전환을 마쳤다. 선경합섬에서 출발한 선경인더스트리를 전신으로 한다.
SK디스커버리는 별도의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순수지주사다. SK케미칼, SK가스, SK디앤디 3개 상장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자회사 사업으로는 친환경 소재 및 제약사업(SK케미칼), 액화석유가스(LPG) 판매사업(SK가스), 부동산개발사업(SK디앤디) 등이 있다.
최 부회장 계열 사업군의 핵심은 제약·바이오가 꼽힌다. SK디스커버리 손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과 함께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3사로 평가받는다. SK케미칼이 지분 68.18%를 가진 최대주주로 있으며, 이를 통해 최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 바이오 사업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SK그룹 바이오 사업은 최태원 회장 쪽의 SK바이오팜과 최창원 부회장 쪽 SK바이오사이언스 투트랙으로 진행 중이다. 크게는 4개의 제약·바이오 계열사가 있는데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는 SK㈜ 아래에 있고,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플라즈마는 SK디스커버리를 지주사로 뒀다. 다만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 형태를 갖춘 SK디스커버리 계열분리는 없다는 입장이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간 합병 또는 인수합병(M&A) 추진 등 추가적인 사업구조 변화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선 중장기적으로 SK㈜가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 SK온 등을 자회사로 두는 사업 재편을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SK수펙스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는 탈탄소로 사업 방향이 가고 있는데,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의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차원의 투자 등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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