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사 사내이사·이사회 공동의장 추천 의결미국 진출, 3사 합병 등에 '강한 카리스마' 필요 연간 실적 늘었지만 4분기 수익 ↓···"위기 심각"
이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2021년 3월 열린 제30회 정기주주총회에서 공식 은퇴하며 한 말이다.
그런데 고작 2년 만에 서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게 됐다. 현 경영진이 그룹의 창업주인 서 명예회장의 한시적 경영 복귀를 강력히 요청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과 미래 전략 재정비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서 회장의 복귀를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그의 등판으로 현재 검토 중인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합병, 전략 제품 승인 및 출시 등 주요 현안 해결 속도가 붙을지 주목하고 있다.
2년만에 경영 복귀···"카리스마 리더십이 도움될 것"
3일 셀트리온그룹은 각 사별 이사회를 개최하고 서 명예회장을 2년 임기로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그룹 내 상장 3사인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 후보자로 추천하는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오는 28일 열리는 각 사 주주총회 및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서 명예회장은 지난 2021년에 공식 은퇴했다. 2020년 말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데 이어 그룹 내 상장 계열사 3곳과 그룹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사내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서 명예회장이 떠난 사내이사 자리는 아들들이 채웠다. 서 회장의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이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의 사내이사로, 차남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실질적인 경영활동은 각 사의 대표이사들이 전담해 왔다. 셀트리온은 기우성 대표이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김형기 대표와 서준석 이사가 경영전반을 총괄하고 있고, 셀트리온제약은 서 회장의 동생 서정수 대표가 최고경영자(CEO)로 이끌고 있다.
다만 셀트리온그룹은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올해가 그룹의 글로벌 점유율 확장에 중요한 기점이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해졌고, 이에 서 회장의 경영 복귀를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회사측은 "(현 경영진의 리더십으로도) 회사가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서 회장의 추진력과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이 있다면 그룹 성장에 더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실제 셀트리온은 지난해 전년보다 매출 20% 이상 늘린 2조284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3.03% 감소한 6471억원으로 나타났다. 순이익은 9.72% 줄어든 5379억원이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은 크게 떨어졌다. 4분기 영업이익은 1006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50.2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5.37% 감소한 5106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및 순이익 감소 이유는 수익성 낮은 램시마IV 비중 증가,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업 관련 일시적 비용 발생, 영업외손익 감소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조9722억원, 영업이익 2289억원, 순이익 147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3%, 14.8% 성장했고 영업이익률도 전년 보다 11.6% 개선됐다.
하지만 4분기 기준으로 보면, 매출액은 541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1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73억원으로 46.6% 감소했다.
미국 진출·신약개발 총력 中, 서 회장 비전 기대
현재 셀트리온그룹은 세계 최대의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은 서 회장이 공동의장으로서 주요 제품을 미국에 신속히 출시하고 현지 유통망의 전열을 가다듬는데 필요한 핵심 사안들의 의사결정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미국 현지 직판 체계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암젠, 화이자 등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업 성공 경험이 풍부한 토마스 누스비켈을 미국 법인 최고사업책임자(CCO)로 선임하고 글로벌제약사 출신의 임원급 현지 인력들을 대거 영입해 현지 법인 규모를 50여명 수준으로 확충하는 등 미국 내 직판체제 구축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셀트리온은 베그젤마(CT-P16), 유플라이마(CT-P17) 등의 후속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의 미국 승인 및 출시를 기다리는 중이다.
'유플라이마'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지연된 바 있다. 이는 유플라이마의 완제를 담당하는 해외 완제 의약품 제조소 실사에서 지적사항이 나와 허가 지연이 발생한 것이다. 지금은 모두 해결된 상황으로, FDA와 협의를 통해 올해 5월까지 최종 승인 검토를 완료할 방침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회사는 차세대 전략 제품인 램시마SC도 올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예상하고 있다.
또 셀트리온은 최근 신규 항체치료제, ADC 항암제, 이중항체, 마이크로바이옴, 경구형 항체치료제 등 다양한 분의 제품 개발 플랫폼 및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대한민국이 바이오 불모지였던 시절, 서 회장은 이름부터 생소했던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뚝심으로 밀어붙여 결국 셀트리온을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바이오시밀러 개발판매종합회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시킨 바 있다"라며 "셀트리온은 올해를 신약 개발 회사로서 면모를 갖춰 나가는 원년으로 삼고 있는데, 서 회장의 비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3사합병 속도 낼까···"절차 검토 중"
서 회장의 복귀는 현재 검토 중인 셀트리온그룹 상장 3사 합병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그룹 측은 서 회장의 빠른 판단과 의사 결정 필요 이유 중 하나로 '계열사 합병'을 꼽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2020년 9월 그룹 내 합병회사 추진 계획을 발표했었지만 분식회계 논란, 주주갈등 등의 이유로 합병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앞서 서 회장은 지난해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3사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시 그는 전화연결을 통해 "경영 일선을 떠났지만 대주주로서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주주님들 뜻에 따라 합병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회사측은 현재 3사 합상 진행 상황에 대해 "절차는 진행되고 있다. 다만 검토 과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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