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000억 규모 캡슐커피 시장'리딩플레이어' 네스프레소와 경쟁카누하우스 행사는 내달 21일까지
동서식품은 지난달 25일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 '카누 하우스'를 열었다. 캡슐커피 머신 '카누 바리스타'를 선보이는 매장으로, 국내 시장에서 70% 점유율을 보이는 네스프레소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지난 2011년 캡슐커피 브랜드 '타시모'의 실패 이후 3년 만의 재도전이다.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는 2011년 출시 후 10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억잔을 돌파하는 등 독보적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동서식품은 '캡슐커피'를 올해 역점 사업으로 꼽았다. 카누의 브랜드 파워와 그간 쌓인 노하우를 앞세워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일 카누 하우스를 찾았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행사장은 카누의 신제품을 경험하러 온 고객들로 복작였다. 평일엔 600명, 주말에는 1200명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는다.
카누 하우스는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 그리고 루프탑까지 총 6개 층으로 구성돼있다. 각 층은 집, 사무실, 바(bar) 등 친숙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루프탑은 가든 콘셉트로 봄 날의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한쪽엔 '키링 만들기'나 포토존같이 요즘 팝업스토어에 유행하는 코너도 구비됐다.
매장 곳곳에선 손님들이 삼삼오오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특별한 미션을 진행해야 한다거나, 행사 참여를 권유하며 끼어드는 직원도 없었다. '맛있는 커피를 드릴 테니 편안히 시간을 보내시라'는 의도가 느껴졌다. 덕분에 커피 맛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총 2잔의 커피가 무료로 제공됐다. 첫 번째는 '카누 바리스타' 전용 캡슐로 내린 커피였고, 다른 하나는 '네스프레소' 호환 캡슐로 만든 커피였다. 호환 캡슐을 만든 이유는 네스프레소 이용자와 접점을 형성하고, 궁극적으론 카누 바리스타 쪽으로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서다.
강배전과 약배전 등 로스팅 정도에 따라 캡슐 종류가 세분화된 것이 특징이다. 전용 캡슐은 8종, 호환 캡슐은 6종이다. 산미감과 고소함 중 취향에 따라 원두를 고를 수 있어 편리했다.
새 기계엔 차별화된 기술을 적용했다. 대표적인 것이 '트라이앵글 탬핑'이다. '탬핑(Tamping)'이란 분쇄 원두를 균일하게 압축, 물이 골고루 투과하게 함으로써 커피 추출 시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캡슐커피는 구체 모양 용기에 중력이 더해지면서 원두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것을 해결해주는 기술이 트라이앵글 탬핑이다. 삼각형 모양의 '탬퍼(Tamper)'가 캡슐 전체에 일정한 압력을 가해 향미를 극대화한다. 네스프레소 머신에는 존재하지 않는 기능이다.
커피 추출 시 두 개의 노즐이 사용된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다. 하나의 노즐에선 에스프레소만 추출되고, 또 다른 노즐에서는 물만 추가된다. 물이 나오는 통로가 1개일 땐 필요 이상의 물이 캡슐 안을 훑고 지나가며 적정한 맛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게 동서식품의 설명이다.
동서식품은 전용 캡슐의 커피 용량도 늘렸다. "네스프레소는 커피양이 너무 적다"는 소비자 지적을 반영한 결과다.
4층 바(bar)에선 바리스타가 제조하는 커피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이곳은 캡슐커피 디자인을 본떠 화려하면서도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에스프레소, 콘파냐, 마키야또, 쇼콜라토 중 1개를 선택할 수 있다.
기자는 '콘파냐'를 주문했는데 커피 맛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캡슐커피는 거기서 거기'라는 인식이 있었다. 아메리카노는 그렇다 쳐도, 콘파냐까지 구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동서식품의 전략은 '한국 맞춤형'이다. 네스프레소로 대표되는 기존의 캡슐커피가 '에스프레소' 위주였다면 동서식품의 캡슐커피는 '아메리카노' 기반이다. 카누 하우스에 '사무실' 콘셉트의 공간이 존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무실에선 에스프레소가 아닌, 아메리카노를 가장 많이 마시기 때문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네스프레소 캡슐커피는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한다. 커피 추출량이나 블렌딩 기법에서 한국 소비자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한국인 입맛을 가장 잘 알고 수많은 시장조사도 진행했던 만큼 동서식품이 공략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성수동은 홍대와 함께 2030세대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곳이다. 이날 방문한 카누 하우스에서 카누 바리스타를 새롭게 알게 됐을 뿐 아니라, 동서식품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 역시 바뀌었다.
대형마트 매대에 진열돼있는 '기성제품'이 동서식품의 이미지였다. 이날 본 동서식품은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았지만 '젊디 젊은' 회사였다. 마케팅을 잘할 뿐 아니라 소비자와 소통하는 친숙한 브랜드가 되기에 충분한 가능성이 보였다.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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