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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떼고 합치고···10년 넘게 걸린 개편

유통·바이오 식음료 지배구조 2023|하림①

떼고 합치고···10년 넘게 걸린 개편

등록 2023.04.12 14:12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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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로 몸집 불린 김홍국···점점 복잡해진 지배구조"쉽고 빠르게"···지분 정리 대신 4개 지주사 세워 합병NS쇼핑 중간지주사 문제 해소···단일지주사 체제 완성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하림그룹은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식품이 모태다. 2000년대 들어 김홍국 회장이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여러 건 성사시키며 몸집을 불렸다. 닭고기 가공 전문업체 올품과 홈쇼핑업체 NS홈쇼핑 등을 연이어 인수해 사업을 키운 것이 대표적이다. 2015년에는 국내 최대 벌크 운송사 팬오션을 계열사로 편입했고 2017년 대기업 집단에 등극했다. 하림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규모는 15조4330억원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는 대기업집단 27위까지 올랐다.

사업 영역이 다각화되고 계열사들이 늘어나며 하림그룹의 지배구조는 점점 복잡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부터 10여년 동안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상호출자·순환출자 해소하자" 회사 쪼개고, 합치고

떼고 합치고···10년 넘게 걸린 개편 기사의 사진

2011년 초 하림그룹은 제일곡산이 하림홀딩스와 하림을 지배하는 구조였다. 하림홀딩스가 주원산오리, 한강씨엠, 농수산홈쇼핑의 지분을 보유하고, 농수산홈쇼핑이 선진지주. 선진, 팜스코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하림그룹은 하림홀딩스를 비롯해 선진지주, 제일홀딩스, 농수산홀딩스까지 총 4개 지주사를 만들어 정리를 시작했다. 돼지고기 유통업체 선진은 사업 부문과 지주 부문으로 나눴고, 제일홀딩스는 사료 사업 계열사 제일곡산, 제일사료, 천하제일의 투자사업 부문을 분할해 만들었다.

하림그룹은 일부 계열사의 상호출자를 포함한 순환출자, 계열사 간 다른 계열사 지분 교차 보유 등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 제한 규정에 저촉되는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서 가장 쉬운 방법을 택했다. 얽힌 지분 문제를 정리하는 대신 지주사들을 합병하는 방식이었다.

2013년 하림그룹은 선진지주, 농수산홀딩스를 각각 하림홀딩스, 제일홀딩스에 흡수합병하며 2개 지주 체제로 정리했다. 이후 지배구조를 더욱 단순화하기 위해 하림홀딩스와 제일홀딩스도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하림홀딩스가 중간지주사로 있으면서 제일홀딩스의 지배를 받는 구조를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김홍국 회장은 제일홀딩스의 지분을 꾸준히 늘렸고 지배력을 강화해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2018년 제일홀딩스가 하림홀딩스를 흡수합병하고 상호를 하림지주로 변경하며 하림그룹은 단일지주사 체제로 들어섰다.

그룹 신사업 맡은 엔에스쇼핑···또 다시 중간지주사로

2020년 하림그룹은 2개 지주사 체제로 다시 돌아가게 됐다. NS홈쇼핑(엔에스쇼핑)이 중간지주사가 되면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상 자산이 5000억원 이상이고 이 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면 지주회사 기준이 충족된다.

엔에스쇼핑은 자산총액이 2015년 말 4489억원에서 2016년 말 8087억원으로 뛰었는데, 하림산업·하림식품·엔바이콘·엔디·엔에스홈쇼핑미디어센터 등 5개 자회사가 엔에스쇼핑 아래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이들 5개 자회사의 장부가액은 2016년 말 기준 5276억원으로 엔에스쇼핑의 자산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2017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지주사 조건을 충족하게 됐다.

엔에스쇼핑이 자회사들을 대거 거느리게 된 것은 그룹에서 추진해온 주요 신사업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신사업에는 대규모 투자가 수반돼야 하는데 그만한 여력을 갖춘 계열사는 거의 유일한 캐시카우 엔에스쇼핑뿐이었다.

엔에스쇼핑이 그룹 핵심 사업들에 자금을 대면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돼왔다. 게다가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그룹이 주도하는 투자를 지원했지만, 사업이 성장하면 언제든 그룹이 이를 가져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결국 하림그룹은 엔에스쇼핑을 하림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합병하고 엔에스홀딩스(투자법인)과 엔에스쇼핑(사업법인)으로 물적 분할하기로 했다.

양재 부지 개발 본격화···엔에스쇼핑 합쳐 現 지배구조 완성

떼고 합치고···10년 넘게 걸린 개편 기사의 사진

하림지주는 신주를 발생해 엔에스쇼핑 주주들(엔에스쇼핑 자기주식·하림지주 소유 주식 제외)에게 1대 1.41347204 비율로 주식을 교부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엔에스쇼핑은 상장폐지되고 하림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합병됐다.

이렇게 되면 '하림지주-엔에스쇼핑'으로 이어지던 지배구조가 '하림지주-엔에스홀딩스-엔에스쇼핑'으로 바뀐다. 하림지주는 엔에스홀딩스를 다시 합병해 '하림지주-엔에스쇼핑'의 지배구조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하림그룹이 엔에스쇼핑을 쪼갠 것은 엔에스쇼핑이 양재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 사업의 주체로 나서기에 규모가 너무 작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림 그룹사들끼리 컨소시엄을 만들어도 엔에스쇼핑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림그룹이 엔에스쇼핑을 '돈줄'로 이용하고 투자의 결실은 지주사가 거둬들이려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주사로 넘어간 양재 부지 개발 사업은 양재동 부동산 가치만 2배 이상 상승한 알짜 사업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실제 엔에스쇼핑은 자회사는 물론 그룹 내 계열사에까지 자금을 쏟아부었다. 엔에스쇼핑은 하림산업을 통해서 2016년 5월 양재 물류센터 부지를 4525억원을 들여 사들인 것을 포함해 7159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또 D2C(Direct to Consumer) 유통 전문 자회사 글라이드에도 210억원, 프랜차이즈업체 엔바이콘에는 260억원을 투자했다. 계열사인 하림USA에 투자한 금액은 265억원에 달한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으로 엔에스쇼핑이 분산돼 있던 사업역량을 본업인 홈쇼핑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재 부지 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돼 개발이익이 발생하면 이는 배당을 통해 김홍국 회장과 올품 등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배당 수익이 하림그룹의 승계 자금으로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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