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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금융산업의 창의적 혁신을 키워낼 생태계 조성을 꿈꾸며

전문가 칼럼 이혜민 이혜민의 금융이 핀다

금융산업의 창의적 혁신을 키워낼 생태계 조성을 꿈꾸며

등록 2023.04.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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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의 창의적 혁신을 키워낼 생태계 조성을 꿈꾸며 기사의 사진

우리가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은 빠른 속도로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한 개인이 금융상품을 이용할 때 이젠 오프라인 지점을 가지 않고, 모바일이나 PC를 통해 해결한다. 복잡한 서류 제출 과정 역시 자동 맞춤형 비대면 방식으로 진화했다. 이렇듯 대한민국은 전 세계 금융선진국들과 비교해 봐도 매우 빠르게 디지털화가 되고 있다.

다만, 건강한 경쟁 환경을 만드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창의적인 서비스로 혁신을 만들고 있는지, 아니면 기존 시장과 동일한 방법으로 비슷한 수준의 효용을 고객에게 제공함에 그치는 게 아닐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2월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예수금 시장 점유율은 73.5%로 집계됐다. 즉, 국민 10명 중 7명은 5대 은행의 예금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5대 은행의 과점 형태를 나타내는 CR3(상위 3사 시장집중도)는 2021년 말 기준 61.4%에 이르며 과점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국내 은행업 시장 경쟁도는 OECD 국가 중 중하위권이다.

이런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한 대안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3개 사가 출범했다. 중저신용자,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씬파일러들을 위한 은행이 되기를 바랐으나, 최근 금리 인상기에 최고 실적을 달성한 국내 인뱅들은 비이자이익이 축소하고 그 규모도 작아 예대마진 기반의 시중은행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많이 접하며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면, 중소형 핀테크는 어떠한가.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신규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빠르게 만들 기회들이 생겼지만, 그 규모나 성장 측면에서 아직 금융업 라이센스와 비교하기 너무 이르다. 또한 작년부터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 새로운 혁신을 도전하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숫자도 많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정부 당국의 기조 및 정책 동향도 건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한다. 연초 챌린저뱅크를 표방한 소규모 특화은행, 스몰라이센스 도입 등 은행을 둘러싼 새로운 움직임이 있었지만, 최근 SVB 사태와 더불어 안정성 측면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기에 급제동이 걸렸다. 소규모 특화 은행의 산업이 소상공인, 벤처기업, 중저신용자인 경우 건전성과 수익성이 안정되기 어렵다며 출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기사로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금융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 더 나은 금융 생활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혁신과 경쟁을 통해 새로운 업과 제도가 도입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금융라이센스를 받은 새로운 업의 도입 등 은행을 둘러싼 규제환경의 변화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은행 스스로의 혁신과 변화를 가속할 수 있고, 금융소비자들에게는 창의적인 서비스와 금융 생활에 대한 편의와 효용을 가져다줄 수 있다.

금융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가치를 꾸준히 만들기 위한 규제환경 조성은 필수적이다. 가장 많이 소개된 영국의 챌린저뱅크 사례들을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에서 새로운 은행의 시장 진입을 더욱 쉽게 만드는 인가체계를 개편하면서 2022년 2월까지 30개의 새로운 은행들이 생겨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인가를 받고 금융서비스에 진출하는 은행들도 있고, 먼저 만들고 제한된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나중에 인가를 받는 등 업의 특성에 맞게 인가 과정이 진행되면서, 각자 타깃으로 하는 시장과 금융소비자들이 당면한 문제가 매우 다양하고 전문적인 것이 특징이다. 규모 역시 다양하다.

또한 기존 은행들과 다르게 예대마진이 아닌 수수료 기반의 비이자수익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는 것도 국내와 매우 다른 양상이다. 영국 챌린저뱅크 중에서 가장 성과를 거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Revolut와 Monzo, Starling bank 등이 있는데,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 비이자수익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 성장함에 따라 기존의 은행들도 디지털화와 비이자수익 모델의 도입을 촉구하고 있어, 금융 산업 전체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고 있다.

다시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혁신 가능성을 보자. 우리가 가진 금융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에게 더 창의적이고 포용적인 효용을 줄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은 없을지 꾸준히 또 활발하게 논의를 이어가야만 한다. 해외사례를 바로 국내에 적용하기 어려울 순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본받을 점은 본받고, 적용할 수 있는 부분부터 점진적으로 효과를 입증하며 만들어 가다 보면, 고객 관점의 혁신을 만드는 금융생태계를 풍성하게 키울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생태계를 더욱 키우기 위해서는 성장방식과 출구 방식이 활발하고 다양해져야만 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건강한 경쟁이 촉구되는 대한민국의 금융산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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