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코인 자산 잃을 때, 발행 업체가 책임져야스테이블 일일 거래 제약···거래자 정보 보고 필수익명성 장점 잃어···규제 여파 대장주 코인 하락세
24일 가상자산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EU 의회는 지난 20일(현지시간) 가상자산의 규제 내용을 담은 '미카'(MiCA)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카는 EU의 기존 금융서비스법에 포함되지 않는 가상자산을 규제하는 법안으로, 가상자산의 발행과 거래 과정에서의 투명성, 관련 기업들의 감독, 시장 조작 및 자금 세탁 등 범죄 활동 방지 조치 등이 포함돼 있다.
가장 큰 골자는 가상자산을 구매하는 투자자들이 투자 위험 및 비용을 아는 것을 넘어 투자로 인해 가상자산 자산을 잃게 될 경우, 가상자산 제공자가 책임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가상자산 발행 기업들은 EU 회원국 한 곳의 금융 당국에 등록해야 하며, 이후 EU의 주요 금융 당국인 유럽증권시장국(ESMA)과 유럽은행감독청(EBA)의 감시를 받게 된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투자자에게 거래소 운영과 관련된 위험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유럽증권시장국은 가상자산 플랫폼이 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거나, 시장 건전성 또는 금융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판단할 경우, 직접 개입해 거래소 운영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또한 새로운 가상자산 판매에도 제약이 걸린다. USDC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들은 투자자들의 대량 인출 등 위기 상황을 대비해 충분한 준비금을 준비해야 하며, 하루 거래 규모도 2억유로(약 2900억원)로 제한된다.
이외 자금 세탁 등을 방지하기 위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거래를 추적하도록 하는 별도 법안도 통과됐다. 가상자산이 한 투자자에서 다른 투자자에게로 이동할 때 자산의 출처와 수익자 등에 대한 정보가 함께 전송돼 양측에 저장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EU 의회는 내년부터 법이 시행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EU의 미카 법안 통과로 가상자산 시장은 충격을 맞는 모습이다. 당초 가상자산 시장의 고속 성장한 배경엔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시스템에서 오는 '익명성' 영향이 컸는데, 앞으로 EU 회원국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모두 거래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정보를 당국 보고 해야 하다 보니, 장점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등 국가들이 가상자산 거래에서 오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규제들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이번 EU의 규제 도입은 각 국가의 법안 도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업계에선 이번 EU 법안 도입은 다소 강도 높다고 평가하는 상황이다.
부정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가상자산도 가격이 크게 빠지는 등 휘청이는 모습이다.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4일(오후 1시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2만7638달러로, 3만달러 선에 거래됐던 1주일 전과 비교해 약 2300달러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 가상자산) 대장주 이더리움은 235달러 하락해 1865달러에 거래 중이다.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조1664억 달러로 1조2700억 달러 수준이었던 일주일 전 대비 9% 가량 빠졌다.
업계에선 이번 EU의 미카 통과가 크립토윈터를 더욱 격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미국 역시 글로벌 정합성을 쫓아가야하다 보니, 관련 법안 마련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법안은 시장 신뢰성을 높이고, 거래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나, 가상자산의 가장 큰 특성인 탈중앙화 시스템엔 치명적이어서 크립토 시장은 더욱 위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배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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