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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시장 효율성 저해하는 불성실 공시···제재 수위 높이자

전문가 칼럼 서지용 서지용의 증시톡톡

시장 효율성 저해하는 불성실 공시···제재 수위 높이자

등록 2023.05.08 14:26

수정 2023.05.0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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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효율성 저해하는 불성실 공시···제재 수위 높이자 기사의 사진

최근 국내 상장기업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크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69건이었다. 이는 올해 1분기 동안 지난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의 40%를 다 채운 수치에 해당된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사유는 코스피의 경우 공시 불이행, 코스닥은 공시 번복이 다수였다.

자본시장의 공시 약화는 시장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효율성이 높은 시장이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주가에 신속하고 충분하게 반영되는 시장을 뜻한다. 반대로 시장 효율성이 떨어지는 주식시장에서는 주가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이는 투자자의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지면서 호재와 악재에 대한 투자자 반응에 차이를 보이게 됐다. 이와 관련해 주가 변동성이 차이를 유발한다는 이론적 연구가 다수 보고된 바 있다. 즉 악재에 대한 주가 변동성이 호재에 대한 변동성보다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악재에 대한 투자자의 주식 매도 경향이 호재에 대한 주식 매수 경향보다 민감하게 발생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카니엘과 티트만의 연구에서는 투자자의 위험회피 성향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 시점에 보유하던 주식 매도에 실패하는 것은 주가 상승시 주식 매수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보다 효용의 감소폭이 크다"고 표현했다. 호재 또는 악재에 대한 투자자의 매매행태가 차별적으로 나타나면서 기업들의 정보공시 행태도 영향을 받게 되었다.

호재 또는 악재에 대한 증시의 변동성 차이는 기업으로 하여금 정보의 질에 따라 정보공개의 시점을 차별화하는 경향을 가져왔다. 호재는 가급적 빠르게 발표하고 악재는 늦추는 경향이 보편화된 것이다.

우리가 흔히 언급하는 주말효과가 한층 심화될 수 있는 이유이다. 주말효과란 한 주 동안 증시가 개장하는 월요일의 주가 상승률이 여타 요일에 비해 유난히 낮은 이례적 현상이다.

이는 상장사들이 악재의 정보 공개를 미루다 주말 즈음에 발표하는데 이는 주말 중 휴장으로 인한 투자자의 즉각적인 주식 매도를 제한하는데 취지가 있다. 결국 주말 또는 주말 직전에 발표된 악재 때문에 월요일에 주식이 대거 매도되면서 매도물량 급증 때문에 월요일의 주식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것이다.

주중 금요일 장 초반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는 장 마감 시점에 발표된 악재로 인해 투자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기업의 공시행태는 정보의 즉각적 주가반영을 저해하고 시장 주가를 왜곡시키는 경향을 불러일으킨다.

더욱이 공매도가 활성화된 시장에서 기업의 공시 행태는 악재 정보 공시를 더 뒤로 미루는 경향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2014년에 발표된 리와 장의 연구결과는 공매도의 잔고가 늘어난 상황에서 기업의 정보 공시 관계자는 자사의 악재 발표를 늦추는 경향이 있음을 보고했다. 이는 자칫 공매도 잔고 증가가 자사 주가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발생된 미국 은행 파산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감 증가와 공매도 잔고 증가가 나타나는 국내 주식시장의 현상을 감안할 때 어찌 보면 상장사의 공시 불이행 건수가 증가한 것은 예견된 상황이라 보여진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하는 올해 4월 초 대차잔고는 약 74조원으로 연초의 60조원보다 23%나 증가했다. 대차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린 후 갚지 않고 남은 물량을 의미한다. 대차잔고 증가는 공매도의 수요가 늘어나는 신호로 해석된다. 즉 공매도를 위해 빌려둔 주식의 규모가 증가할수록 잠재적 공매도 증가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는 셈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대규모 상장사의 영문공시 제출 의무화 조치를 발표했다. 외국인 지분율 5% 이상·자산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또는 외국인 지분율 30% 이상·자산 2조원~10조원 코스피 상장사가 영문공시 의무화 대상이다.

투자자에 대한 정보공시 강화를 위한 이번 조치는 최근 증시 환경을 감안할 때 시의적절한 정책으로 평가할 만하다.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제고하는 등 시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늘고 있는 불성실 공시 건수를 줄이려면 불성실 공시법인에 대한 제재 수위를 더욱 강화할 필요도 있다.

현행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서는 공시위반 제재금이 부여되는데 상습적 공시 의무 위반 법인에 대해서도 1점당 2000만원의 제재금이 부과되는 수준이다. 벌점 10점 이상일 경우 지정일 당일 1일간만 매매가 정지되는 수준일 정도로 현행 제재수준은 낮은 편이다.

결론적으로 비교적 약한 수준의 불성실 공시에 대한 제재가 기업의 정보공시 약화를 불러온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주가 왜곡으로 인한 투자자 손실을 유발하는 중대 범죄로서 불성실공시에 대한 제재가 한층 강화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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