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직격탄 맞고 실적 급락 유동성 문제로 M&A 거론되기도 CFD로 꽃피웠으나 역풍 맞아
하지만 교보증권을 둘러싼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를 흔든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차액결제거래(CFD)가 꼽히면서 교보증권의 올해 영업은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다.
교보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해당 서비스를 국내에 도입했다. CFD는 자기자본에 대한 규제 없이 영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자 노릇을 해왔었다. 문제는 SG사태가 발생하면서 CFD 영업 확장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보증권의 이미지도 훼손되는 상황이다.
이에 교보증권은 다소 억울하단 입장이다. 선제적인 대처로 SG사태와 관련된 피해는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CFD 잔고가 많은 것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한 기간이 길기 때문에 타 증권사 대비 상대적으로 많아 보이는 것이란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엔 증권사 인수 작업에 나선 우리금융지주의 잠재적 매물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부담이다. 이에 올해 실적 개선이 절실하지만 위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지난해 영업수익 4조658억원, 영업이익 517억원, 당기순이익 4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1%가량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2%, 70% 감소했다. 2년 연속 1000억원대를 유지했던 당기순이익은 2014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지난해 교보증권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급감한 것은 레고랜드 발(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 사태로 부동산PF 사업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면서 자금시장 경색도 우려됐었다. 이에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와 기타파생결합사채(DLB)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던 교보증권에도 경고등이 떴었다. 자금 조달 문제가 발생하면서 일각에선 해를 넘기기 전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었다.
다행히 정부가 5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키로 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이에 교보증권은 올해 경영 목표를 '재도약을 위한 사업구조 재편과 리스크 관리 강화'로, 재무적으로는 전사 당기순이익 750억원과 자기자본이익률 (ROE) 5% 달성을 제시했다.
그 결과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643억원 , 당기순이익 542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7%, 113% 증가한 수치로 역대 1분기 사상최대 실적이다. 교보증권은 "금리 하락이 신용스프레드 축소로 이어져 자산운용 실적 회복 및 보유자산 평가 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 실적 개선은 이뤄냈지만 시장에서의 신뢰도 회복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다. 교보증권은 올해 토마토시스템 상장을 주관했다. 교보증권이 주관에 나선건 3년만이다. 하지만 토마토시스템이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면서 몸값 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혹이 발생하는 것은 교보증권이 지난 2021년 프로IPO투자 라운딩 과정에서 토마토시스템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교보증권은 1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투자를 통해 주식 15만3374주를 취득했다. 해당 물량은 지난해 말 전량 보통주로 전환, 당시 주당 취득액은 6520원이다. 하지만 토마토시스템의 공모가는 1만8200원으로 책정했다. 셀프상장이라는 비난이 잇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CFD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13개 증권사의 CFD 거래 잔액은 2조7697억원으로 교보증권이 618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 1~2월까지 13개 증권사의 CFD 거래대금의 경우 4조666억원으로 집계, 이 중 교보증권은 1조835억원으로 거대대금 또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교보증권 측은 "거래 기간이 오래되다보니 잔액이 많은 것이지 실질적으로 SG사태와 관련된 피해는 거의 없다"며 "CFD에 대한 우려를 고려, 내부적으로 해당 서비스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운영 방식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FD는 장외파생상품으로 차액만 정산하는 서비스다.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금액에 제한이 없다. 신용융자의 경우 자기자본 규모까지만 서비스할 수 있기 때문에 한계가 존재하지만 CFD는 제한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운용하는 자금이 늘어날수록 수수료도 상승한다. 교보증권의 경우 2021년 기존 자기자본 1조3967억원의 1.5배에 달하는 돈을 CFD로 운용했다. 수수료로 얻은 수익은 수 백억원에 달할 것이란 추정이다. 물론 CFD 서비스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수금에 대한 부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해당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면 CFD 관련 미수금이 발생한다. 미수금에 대한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다. 충당금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당기순이익에서 이를 대체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교보증권의 재무제표를 보고 "야수의 심장으로 운영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교보증권은 1분기 영업수익 1조6813억원, 2분기 1조589억원, 3분기 1조689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4분기 돌연 영업수익이 3633억원 손실로 기록됐다. 3분기까지만 해도 4조4292억원이었던 영업수익이 1분기 만에 4조658억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교보증권은 "보유한 장외파생상품과 채권 등에 대한 평가 손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영업비용 측면에서도 3000억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수치상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4분기에 마이너스 매출액이 발생한 것이 아닌 3분기까지 실적에 대한 숫자가 변동된 것"이라며 "회사에서 추정을 잘못한 것을 결산에 조정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교보증권의 예상대로 장외 파생상품으로 자기매매 부문에서 예상되는 손실을 분산(헷지)하긴 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장내외파생상품이 자기매매업에서 발생한 손실 1457억원을 메꿨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1년 2조2000억원이었던 영업수익이 지난해 4조원으로 2배 정도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교보증권이 '장내외파생상품'을 적극적으로 유치했기 때문"이라며 "CFD 잔액이 가장 많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국내 증권사 중에서 가장 위험감수(리스크 테이킹)에 적극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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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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