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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형보다 나은 아우 있더라"···LG화학의 절박한 속사정

산업 에너지·화학

"형보다 나은 아우 있더라"···LG화학의 절박한 속사정

등록 2023.06.20 15:20

수정 2023.06.20 15:23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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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 "석유화학 구조조정 늦출 수 없어"지난해 석유화학 영업이익 74% '뚝'···'고공행진' LG엔솔과 비교실적 악화 속 투자 부담 가중···비핵심자산 매각으로 부담 축소

"형보다 나은 아우 있더라"···LG화학의 절박한 속사정 기사의 사진

LG화학의 생존게임이 시작됐다. 일찌감치 사업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인 이익 체력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차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전날 사업부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범용 사업 중 경쟁력이 없는 한계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노 본부장은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구조적 공급 과잉 이슈가 겹쳐 시황 회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가동 중지, 사업 철수, 지분매각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자회사에 밀려 자존심 구긴 LG화학···재무구조 '악화'
최근 몇 년 사이 LG화학은 사명이 무색할 정도로 본업인 석유화학부문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 51조8649억원, 영업이익 2조9957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각각 1.62%, 40.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기간 석유화학부문의 영업이익은 무려 73.7%나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도 507억원의 적자를 냈다.

2분기 들어 석유화학업계가 실적회복의 시동을 걸면서 LG화학도 석유화학 사업에서 100억~300억원 수준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부적으로는 성장성에 대한 위기감이 극대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분사한 잘나가는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배터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률은 이미 LG화학을 뛰어넘었고, 곧 영업이익 규모에서도 밀릴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G화학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석유화학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를 배터리, 친환경 소재, 신약 등 3대 신사업으로 교체하면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LG화학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첨단소재 투자 금액은 총 6965억원으로 석유화학(4855억원)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첨단소재 부문의 지난해 투자액은 전년(1640억원) 대비 약 4배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적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유화학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신사업 투자 규모는 늘어나면서 재무구조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작년 말 LG화학의 부채는 전년 말 대비 9.2% 증가한 30조4927억원에 달했다. 은행차입금 등 장기차입은 2021년 말 3조6285억원에서 작년 말 5조2856억원으로 45%나 증가했다.

그러나 글로벌 신용평가사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지난달 LG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배터리 사업을 제외하고는 영업현금흐름이 크게 늘지 않는 가운데 대규모 설비투자로 인해 차입금 레버리지 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사업·노후 공장 정리 등 군살 빼기 '활발'

LG화학은 사업다각화 과정에서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유입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비핵심 사업을 매각해 최대한 투자 자금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LG화학은 지난해 보다 투자 규모가 늘어나 총 4조원에 달하는 자본적지출(CAPEX) 집행할 계획이다. 4조원 중 1조4000억원은 회사채 및 외화자금으로 조달했으며 나머지는 추가적인 외부 차입을 통해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부담이 가중되자 LG화학은 최근 들어 수익성과 성장성이 떨어지는 기존 사업 부문 매각이나 노후 공장 정리가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앞서 노국래 본부장의 메시지도 이런 '군살 빼기'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초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진단사업부를 약 1500억원에 넘겼다. 현재도 전라북도 익산의 양극재 공장 설비와 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이 적은 공장은 정리하고 구미·청주공장으로 사업을 집중하려는 포석이다.

이밖에 백신사업부와 팜한농 등도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하고 내부적으로 매각 시점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2조원어치의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까지 추진하면서 유동성 확보 카드로 꺼내 들었다.

LG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이 오랜 침체기를 겪으면서 임직원이 힘을 합쳐 위기를 돌파하자는 사업본부장의 사내 메시지"라며 "당장 단기적으로 전통적인 석유화학 사업을 축소하거나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한 신사업 투자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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