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계획보다 1개월가량 심사 늦춰져 '계좌 불법 개설' 파문 비판 의식한 듯국회도 금융당국에 '면밀한 점검' 주문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신청을 위한 막바지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이르면 이달말 금융당국에 서류를 제출하고 심사 등 공식적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점쳐진다.
대구은행은 지난 7월 시중은행 전환 의향을 내비친 뒤 DGB금융지주와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업계획,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수립해왔다. 이 시점에 신청서 제출 소식이 들리는 것은 은행과 정부 모두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는 의미로 읽힌다. 대구은행이 당국의 심사를 통과하면 1992년 평화은행 출범 이후 30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관건은 당국이 대구은행의 증권계좌 부당 개설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했을 때 섣불리 인가를 내줬다간 졸속행정의 오명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긴급검사 결과 대구은행 영업점 직원은 소비자 동의 없이 1662건의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A증권사 증권계좌개설신청서를 최종 처리 전 출력해 B증권사 계좌개설에 활용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식을 취했다는 전언이다. 동시에 일부 직원은 소비자의 연락처 정보를 바꿈으로써 증권사로부터 계좌개설 사실이나 관련 약관 등을 안내받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금감원은 해당 직원과 임직원에게 금융실명법 위반, 내부통제 소홀 등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강도 높은 징계를 예고했다.
따라서 당국도 심사 과정에서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법엔 은행업 본인가를 받기 위해선 자본금(1000억원 이상)과 자금 조달 방안, 대주주 적격성 등을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세부요건엔 '위험관리와 금융사고 예방 등을 위한 적절한 내부통제장치 마련',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업무방법 확보' 등 항목도 담겼다.
일각에선 당국과 대구은행이 10월말께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신호를 준 게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국감 중 국회의 타깃이 되는 것을 피하고자 심사 시기를 늦춘 것처럼 비춰져서다.
대구은행 파문은 이미 국감 중 도마에 오른 상태다.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구은행이 소비자 몰래 문서를 위조해 부당하게 계좌를 개설하고 이른바 '상품권 깡'으로 비자금 30억원을 조성한 사례 등을 열거하며 심사 과정에서 문제를 면밀히 들여다볼 것을 주문했다. 이 사안은 17일 열리는 금감원 감사에서도 재차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당국은 법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감 중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하면 사업계획 타당성이나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을 점검해야 한다"면서 "부당 계좌개설 건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사실 관계가 확정되지 않아 조심스럽다"면서도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 시스템, 핵심성과지표(KPI) 등이 적절한지 등을 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DGB금융 관계자는 "구체적인 서류 제출 시기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면서도 "현재 TF가 사업계획을 세밀하게 수립 중이며 인가신청서를 최대한 충실히 작성해 신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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