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부회장 비롯 7개 계열사 대표 임기 만료경쟁사 신세계·현대百그룹은 쇄신 인사 단행해신유열 상무 승진·유통 계열사行 여부도 '주목'
7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오는 23일께 '2024 정기 임원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계열사 대표 중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 나영호 롯데e커머스사업부 대표, 최홍훈 호텔롯데 월드사업부 대표, 노준형 롯데정보통신 대표, 김용석 롯데정밀화학 대표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는 내년 상반기까지다.
계열사 대표 싹 바꾼 신세계·현대百그룹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의 경우 유통 3사 중 인사 시기가 가장 빨랐다. 전례 없는 10월 인사를 단행하며 그룹 CEO 절반을 물갈이했다. 2019년 이마트 대표로 선임된 이후 SSG닷컴 대표까지 겸했던 강희석 대표가 떠나고 그 자리를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채웠다. 한 대표는 '이마트 3사(이마트·이마트24·이마트에브리데이)'를 모두 맡아 이마트의 오프라인 사업 전체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신세계백화점 부문 손영식 신세계 대표이사 자리에는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앉게 됐다. 박 대표 또한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겸직한다. 신세계푸드와 신세계L&B는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가 겸직하게 됐고 신세계프라퍼티와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겸직한다.
이어 지난 1일에는 2년여간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가 없던 현대백화점그룹이 3명의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특히 그룹의 핵심인 백화점이 포함됐고, 홈쇼핑과 건자재 기업인 현대L&C의 대표이사도 바뀌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업계에서 사업이든 인사든 안정적인 기조를 띄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김형종 전 현대백화점 대표는 한섬부터 백화점까지 12년간 대표를 맡은 인물이다. 김 대표는 한섬을 그룹 핵심사업으로 키운 일등 공신으로 인수 당시 매출액 5000억원 중견 기업에 불과하던 한섬을 매출 1조 클럽까지 올려놨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연말 인사에서 현대백화점 대표 자리에 올랐고 지난 2021년에는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을 성공적으로 개점하며 유임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는 김형종 대표가 물러나고 정지영 대표이사 사장을 내정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장수 CEO까지 교체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그만큼 어려운 대내외 경영 환경에 대응하는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속도감 있는 혁신으로 그룹의 미래 성장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공정한 인사" 강조한 신동빈, 쇄신이냐 안정이냐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이 이번에도 계열사 대표를 대거 물갈이할 것이란 의견과 그간 신 회장이 꾸준히 혁신을 지속해온 만큼 이번에는 안정에 무게를 싣고 인사 폭을 최소화할 것이란 의견이 갈리고 있다.
신 회장은 하반기 사장단회의(VCM)에서 혁신과 공정한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회사의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해 조직문화 혁신과 공정한 인사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력만 보고 입단 1~2년 차의 신인 선수를 중용해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던 롯데자이언츠 사례를 들며 "필요한 인재를 능력 위주의 공정한 인사로 발탁해 사업을 잘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우리에게 미래를 준비하고 재도약을 위한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저와 함께 변화의 중심에 서달라"고 당부했다.
우선 롯데쇼핑은 김상현 부회장이 수장으로 앉은 지 1년 만에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정준호 대표가 이끄는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이후 3년 만에 매출액 3조원을 재달성했다. 나영호 대표는 지난해부터 롯데온의 적자를 대폭 줄였고 최근에는 가수 이효리를 모델로 기용해 첫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버티컬 통합 멤버십을 론칭하면서 점유율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이들 대표가 중장기적인 전략을 내놓고 어느 정도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 회장이 큰 폭의 변화 대신 안정을 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텔롯데 월드사업부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330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호텔롯데에서 월드사업부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7.7%로 전년 대비 4.8%포인트 늘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선전하고 있어 최홍훈 대표가 재신임을 얻을 가능성도 크다.
롯데정보통신 또한 올 3분기 누계 영업이익이 지난해 한 해 전체 영업이익을 넘어선 상황이라 업계는 노준형 대표의 연임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다만 핵심 계열사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롯데케미칼은 지난 2분기 770억원의 영업손실로 지난해 2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기초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줄고 중국에서 공격적으로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 탓이다. 롯데케미칼의 부진은 그룹 전체 수익성을 끌어내리고 있어 이영준 대표의 거취는 다소 불분명하다.
김용석 대표가 이끄는 롯데정밀화학 또한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올 상반기 매출액 9562억원, 영업이익 11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6%, 53.7% 감소했다.
장남 신유열 상무, 유통 계열사 이동설도 '솔솔'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의 승진이나, 유통업으로의 보폭 확대도 관전 포인트다. 앞서 지난 9월 신 상무는 베트남 하노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오픈 기념식에 아버지와 함께 등장했다. 신 상무는 최근 들어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베트남 출장 당시 신동빈 회장은 신유열 상무의 유통 계열사 이동 가능성을 언급해 신 상무가 화학과 함께 그룹 양대 축인 유통을 맡아 경영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오픈 기념식 후 신유열 상무가 유통에서도 활동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러 가지 공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유통에서도 활동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신 상무가 부친인 신동빈 회장의 경영 수업 코스를 비슷하게 밟는다면 롯데케미칼에서 경험을 쌓은 이후 유통업을 맡길 공산이 크다.
신 회장 또한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를 맡으면서 한국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1999년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2000년 롯데닷컴 대표이사를 거쳐 경영 능력을 검증받았다. 신 상무가 한국 롯데 경영 수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면 그룹의 핵심 축인 유통 사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관련태그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km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