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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옥상옥' 자산관리···홀딩스 합병으로 해소할까

유통·바이오 패션·뷰티 지배구조 2023|애경그룹①

'옥상옥' 자산관리···홀딩스 합병으로 해소할까

등록 2023.11.15 13:01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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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 총수일가 지분율 100%···AK홀딩스 최대주주높은 '내부거래' 비중 줄곧 유지···지난해 말 79.0% 수준지배구조 '투명성' 답보 어려워···"양사 합병 속도 내야"

'옥상옥' 자산관리···홀딩스 합병으로 해소할까 기사의 사진

애경그룹 오너가는 지주사 AK홀딩스를 중심으로 상장사 4개, 비상장사 29개 등 총 33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다만 애경그룹의 실질적 지주사는 따로 있다. 얼핏 보면 AK홀딩스가 애경그룹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애경자산관리(전 AK아이에스)'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형태의 '옥상옥' 구조를 갖추고 있다.

애경그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때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순탄치 않았다. 현재도 지주사 위에 또 다른 지주사가 있다는 점에 대한 비판은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한차례 '합병' 실시···풀리지 않는 '2개' 지주사

AK홀딩스의 주식소유 현황을 살펴보면 애경자산관리가 18.91%로 최대주주다. 이어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14.25%, 그의 동생 채승석 전 애경개발 사장과 채동석 애경그룹 부회장이 각각 8.30%, 7.53%, 장 회장이 7.43% 등 총수 일가 모두 5% 이상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최대주주로 등재된 애경자산관리다. 애경자산관리는 비상장사로 총수일가 지분율이 100%인 사실상 가족회사다. 채 총괄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지분 49.17%를 보유하고 있으며, 채 부회장(21.69%), 채 전 사장(11.66%), 채은정 전 애경산업 부사장(11.02%)이 뒤를 잇는다. 장 회장(5.39%)과 채 총괄부회장의 장남인 채정균(1.07%) 씨가 나머지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주사 위에 총수일가의 다른 회사가 있게 될 경우 오너가는 적은 지분만으로도 기업집단에 대한 지배력을 견고히 구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애경그룹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애경그룹이 최근 AK홀딩스 위에 있던 애경자산관리와 애경개발을 합병하며 얽혀있던 지배구조를 단순화시키는 듯 했지만 여전히 옥상옥 구조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않고 있어서다.

애경그룹이 애경자산관리와 애경개발을 합병한 것도 자의 보단 타의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201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애경그룹은 같은 해 11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에서 계열사 10여곳이 '사익 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꼽혔다.

당시 AK아이에스는 애경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물론 내부 거래비율이 상당히 높았던 탓에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AK아이에스의 매출은 2007년 47억원에서 2017년 425억원으로 10년 만에 10배가량 뛰었는데, 그해 내부거래 비중은 91.5% 수준이었다. 이후 2018년 50%대로 떨어지면서 감소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2019년 69.7%, 2020년 79.0% 등으로 그 비중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고 지난해(79.0%)까지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주목되는 건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애경그룹은 옥상옥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닌 AK아이에스의 사명을 지금의 애경자산관리로 변경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기존 사명으로 된 새로운 법인을 신설하며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로 인해 애경그룹은 지난해 12월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의 일환으로 애경개발을 애경자산관리에 흡수합병 시켰고 애경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가→애경자산관리→애경개발→AK홀딩스'에서 '오너가→애경자산관리→AK홀딩스'로 압축됐다.

지배구조 '단순화' 노력에도···여전한 '사각지대'

하지만 애경그룹이 한 번의 합병에 나섰음에도 여전히 옥상옥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선 큰 변화는 없다. 합병과 동시에 애경개발이 보유하고 있던 AK홀딩스 주식(113만2315주·8.54%)이 모두 애경자산관리에게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애경자산관리는 AK홀딩스 지분율이 10.37%에서 18.91%로 늘었고,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14.25%)을 밀어내고 최대주주에 새롭게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애경그룹이 향후 옥상옥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업계는 애경자산관리를 AK홀딩스에 합병하는 방식을 통해 지배구조를 투명화 시키는 방안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SK그룹의 SK㈜와 SK C&C 합병이다. 당초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대주주로 있던 계열사 SK C&C를 통해 SK㈜를 지배하는 형태로 경영을 이어왔는데 지난 2015년 양사 합병을 통해 옥상옥 구조를 해결했다.

애경그룹과 비슷한 지배구조 형태를 띠고 있던 동원그룹도 최근 오너가의 지분이 대부분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동원산업에 합병하면서 단순한 지배구조를 완성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애경자산관리의 오너가 지분율이 100%라는 점을 고려하면 합병 과정에서 합병비율을 놓고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애경자산관리가 비상장사인 만큼 상대적으로 '투명성'과 괴리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비상장사는 상장사에 비해 공시 의무가 자유롭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분명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자사와 애경자산관리에 대한 합병 계획은 현재로선 전혀 없다"며 "오너가가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에 모두 최대주주로 있기 때문에 옥상옥과 같은 구조로 보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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