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상상인저축銀 실사 중단···"인수 포기"당국 주문에 움직였으나, 실익 없다고 판단하고 발 뺀 듯 임 회장, 정부에 무리한 주문 받을 수 없다는 입장 우회적 표현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실사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상상인도 이날 우리금융 피인수 검토설에 대한 조회 공시에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주식처분 명령을 이행하고자 우리금융에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매각을 검토했으나 매각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답변하며 거래가 결렬됐음을 선언했다.
우리금융 측은 지난달 26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세간의 소문을 인정한 뒤 삼일회계법인을 앞세워 실사를 진행해왔다. 금융당국이 상상인그룹에 계열사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지분 매각을 명령한 가운데 비은행 인수합병(M&A) 기회를 모색하던 우리금융이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막판에 등을 돌린 명분은 몇가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우리금융과 상상인그룹의 상반된 목소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먼저 우리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의 높은 가격을 인수를 중단하게 된 가장 큰 배경으로 앞세웠다. 시장에서는 2곳의 저축은행 추정 가격을 5000억원까지 추산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2000억원 이상 값을 치르기 어렵다는 내부 의견을 반영해 인수의 뜻을 접었다고 한다. 수천억원의 가격차이는 우리금융이 당초 인수 의사가 없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상상인그룹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우리금융이 자의적으로 인수를 선언했다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일 뿐 실제로는 가격 협상조차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상상인 관계자는 "우리금융 측에서 단 한번도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한 적도 없다"면서 "매각설이 불거질 당시부터 현재까지 2곳의 저축은행 매각과 관련 그 어떠한 결정도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금융권 전반에선 임종룡 회장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포기를 놓고 예정된 수순이라는 해석이 흘러나온다.
사실 우리금융이 저축은행 인수를 발표했을 때 시장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선언해왔고,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PF 리스크 속에 저축은행을 먼저 인수할 이유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저축은행도 이미 3분기까지 284억원의 순손실을 발생시켰다.
게다가 우리금융은 정부의 상생 주문에 발맞춰 적잖은 액수를 기부해야 하는 실정이다. 현재 금융당국이 업권 차원에서 약 2조원의 기금 마련을 기대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우리금융도 KB금융과 신한·하나금융 등과 함께 수천억원을 내놔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같은 데이터와 정황으로 볼 때 우리금융의 저축은행 인수는 처음부터 내키지 않은 거래였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정부와 임 회장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유력한 인수자가 사라지면서 정부는 저축은행 표류에 대한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고, 임 회장은 우회적으로 정부에 불만을 표시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상상인과의 법적 분쟁이 불가피한 처지가 됐다. 최종 판단이 관건이지만, 업계에선 상상인 측이 행정소송(내년 2월 8일 이전)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저축은행 계열사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이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나왔고 이행 기간도 열흘 정도로 짧았던 것도 그 이유로 지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과 우리금융에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는 여러모로 부담이 됐을 것"이라면서도 "상상인 측에 저축은행 매각을 명령한 당국에선 우리금융의 갑작스런 포기에 난처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임 회장은 금융위원장과 금융그룹 회장단 간담회 직후 취재진을 맞은 자리에서도 상상인저축은행 관련 질의에 입을 꼭 다문 채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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