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부동산 상승기 공격적인 사업 확장 독 돼PF 목 끝까지 차오르자 CP 39건 발행해 자금조달무리한 확장→금융시장경색→유동성고갈→파산 수순
정부는 28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대주단을 대표하는 산업은행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이 참여했다.
참석기관들은 태영건설이 겪는 재무적 위기의 주원인으로 ▲높은 자체시행사업 비중 ▲258%에 달하는 부채비율 ▲3조7000억원에 달하는 PF보증을 꼽았다. 태영그룹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1조원 이상의 자구노력과 함께 계열사 매각, 자산·지분 담보 제공 등의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일각에선 태영건설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지급보증을 남발했던 것이 글로벌 긴축 사태와 부동산 하락기를 맞으면서 치명상으로 되돌아왔다고 본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으로 계열사나 사업을 위해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에 제공한 지급보증은 3조1517억에 달한다.
특히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하려고 기업어음(CP)을 남발한 것이 치명타가 됐을 수 있다는 후문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차입금 및 지급보증과 관련해 백지수표 26매, 백지어음 13매 등 총 39건의 견질어음을 발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몇 년 전 태영건설이 사업권을 인수하면서 PFV 없이 CP로만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해 말린 적이 있다"면서 "당시 CP 금리는 2%대에 불과했지만, 올해 말 기준으로 10% 치솟았다.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PF 보증 규모가 지나치게 방대해지자 어음발행으로 눈을 돌렸던 것 아니냔 말도 나온다. CP로 자금을 만들어 사업비를 조달하거나 부실화된 PF 유동화증권을 매입하는데 소진했다는 것. 태영건설의 PF 보증 규모는 3조7000억원에 달한다. 자기자본과 비교하면 약 374%로 건설업계에서 가장 높다. 2위인 현대건설의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 규모는 122% 수준이다.
태영건설의 대처가 안일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은행 등 대주단이 만기 연장을 손쉽게 해줄 것으로 오판하면서 일을 키웠다는 것. 산업은행과 태영건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시 태영건설 CEO가 산업은행에 방문했을 당시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뻣뻣한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협상에 차질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CEO를 교체하고 윤세영 창업 회장이 전면에 등장한 것도 이 일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태영건설이 부실화된 과정이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와 판박이라고 꼬집었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낸 상황에서 금융시장이 경색돼 금융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고, 이후 도미노처럼 개별사업이 무너져 내리는 구조라는 것. 전직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태영건설이 발행한 회사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연 99%대로 치솟았다. 상환 위험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뜻"이라고 했다.
다만 태영건설이 완전히 파산하거나 건설산업 전반이나 금융시장으로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은 작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태영건설의 자금난은 위와 같은 태영건설의 특유한 상황 때문에 발생했다는 이유다.
업계관계자는 "태영건설은 몸값이 2조~3조원대로 추산되는 계열사 에코프로를 비롯해 부동산 등 알짜자산이 많은 곳이다. 한 1년 정도만 허리띠를 졸라매면 몹시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것"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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